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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텐츠스튜디오H Mar 18. 2020

마지막 출근

1년 7개월의 짧았던 공무원 생활을 끝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의 피해자였다

그리고 나는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아직 계약기간이 석 달이나 더 남았지만 나는 그만두기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 자로 의원면직 처리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금요일인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다. 이것도 오늘 오전에서야 알았다. 월요일 자 면직이라길래 당연히 그 날까지 나와야 되는 줄 알았다. 끝까지 나는 이렇게 이 곳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가해자인 팀장의 갑질은 출근 첫날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프리랜서였다는 이유로 비난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나의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했으며 내가 믿어 왔던 삶의 가치들이 흔들려 버렸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쓰라린 자기반성도 해봤다. 우울과 분노가 번갈아가면서 하루 종일 나를 휘감았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 적도 내 인생 처음이었다. 요동치는 감정들이 완전히 이성을 지배해 버린 탓에 단순한 판단조차도 힘든 날이 있었다. 누군가의 의례적인 위로 한마디에 눈물이 나버리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의 감정은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또 다른 괴물인 것 같았다. 나는 감정 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한 것이다. 갑질은 이런 것이었다.  


피해자는 나까지 세 명으로 우리는 모두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팀장이었던 가해자는 계약직이라는 우리의 상황을 이용해서 본인의 수족이 되길 원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고 있던 업무를 상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리고 다른 팀원들과 함께 하는 회의 자리에서 욕이 섞인 폭언을 했다. 내 앞에서 물건을 던지며 위협하기도 했다. 유연근무, 육아시간 등 복무 사용에도 다른 팀원들과 노골적으로 차별했다. 우리 세 명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어내고 열심히 퍼트리고 다녔다. 그리고 누구와 술자리를 하는 것 까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길 원했다.  

우리는 결국 감사실에 신고했지만 조사는 아주 불성실하게 진행되었다. 조직 내 다른 직원들조차도 우리가 가해자를 모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그렇게 직장 생활하는 건데 너무 유난 떤다는 시선도 있었다. 차라리 한 대 맞지 그랬냐며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직원도 있었다. 

결국 징계는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다. 가해자는 무혐의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고 다시 나의 상사가 되려고 슬슬 움직이고 있었다. 

조직 역시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려 했다. 우리가 가해자의 사과를 받고 없었던 일처럼 다시 되돌리는 것이 조직이 생각하는 ‘정상’이다. 내가 생각했던 ‘정상’은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고 피해자는 보호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정상’에 대한 나와 조직의 온도차는 너무나 컸다. 나는 이 온도차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출근하는 날, 송별회가 있었다

인성 좋기로 유명한 사무관은 이제  뭐라고 불러야 되는지 물어봤다. 주무관보다는 좀 더 좋은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내 이름을 찾을 것이고 다시 나를 부르던 그 이름으로 불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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