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혼자만의 폭력이었다면 이렇게 기록을 남길 만한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질의 본질적인 문제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조직이 가했던 무관심, 무례함, 몰이해의 폭력이었다.
퇴사하는 그 날까지 환송회를 해주며 '가해자가 여러분의 퇴사를 안타까워하더라'는 소식을 전하던 높으신 분에게 욕 한마디라도 해주고 나올 걸 하는 게 지금 드는 유일한 후회이다.
조직에서는 끝까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일했던 그 조직에서 잊혀지고 싶다. 그리고 중립을 지킨다는 핑계를 대며 침묵했던 방관자들 역시 다른 이름의 가해자라고 말하고 싶다.
'술 먹고 풀면 되는 일', '여자분들이라 예민해서 그렇다' 라며 타인의 고통에 함부로 잣대를 들이댔던 사람들에게는 공직에서 계속 일하길 원한다면 최소한의 공감 능력을 좀 키우라고 충고를 하고 싶다.
아직도 옆자리 동료를, 부하 직원을, 계약직 직원을 괴롭히고 있는 가해자들 역시 본인의 이 모습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했으면 좋겠다. 타인의 안위를 쥐고 흔들면서 권위를 지키는 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삶의 가치인지 묻고 싶다. 갑질을 하면 할수록 당신이 그토록 꽁꽁 숨겨놓고 싶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온 세상에 까발려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폭언을 퍼부었던 그 사람은 당신을 평생 증오하며 살아 갈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평생 당신을 저주하면서 살아간다면 당신은 좋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부당함에 대해서는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내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있었다. 앞으로 공직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에 같이 나서는 사람도 있었다. '연대'라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온 적이 내 인생에 다시 있을까 싶기도 했다.
다시는 겪고 싶진 않지만 만약 내게 다시 이런 일이 생긴 다면 나는 좀 더 치열하게, 용의 주도하게, 영악하게 대응할 것이다. 나쁜 것, 옳지 않은 것에 더 크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