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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l 10. 2024

자소서 작성 공략집 #2. 성격에 장단점은 없다

자소서를 첨삭하다 보면 의외로 '역량'보다 '성격'을 파악하는 문항들을 자주 접한다. 특히나 신입 채용일 때 더 두드러지는데, 아마도 역량은 회사에서 교육할 수 있으나 성격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그런 듯하다. 과거에는 '신입 사원 연수'가 약간 '인간 개조 용광로'처럼 극기 훈련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처음 입사했던 2010년에... (그런 훈련들이 성격이나 자세를 정말 용광로처럼 바꿀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각설하고, 성격을 묻는 문항이 많은데 이때 멘붕이 온 지원자들이 더러 있었다. 평소에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잘 말하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 살펴본 사람 자체가 적다. 그나마 다행인 건 MBTI가 유행하면서 얼추 파악이 가능해졌다. MBTI를 무조건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꽤나 신뢰할 만한 자료가 된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MBTI를 어느 정도 믿는 이유


MBTI 문항들은 "자신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묻는다. 애초에 질문에 답변을 선택할 때부터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제출했고, 그걸 토대로 MBTI가 정해진다. 핀처럼 특정 MBTI에 꽂는다는 느낌보다는 그러한 범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빵집 냄새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나는 피자와 파스타를 좋아한다.  

나는 아침에 밥보다 빵을 자주 먹는다.  

나는 입맛이 없을 때 라면을 끓여 먹곤 한다.  


이런 답변을 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사람의 MBTI는 <대체로 밀가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나는 햄버거 안 좋아하는데?"라고 반박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밀가루 음식을 대체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노력이다.


마찬가지로 성격을 모르겠다면 MBTI를 해보자. 내 성격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 햄버거 사례처럼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으니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밀가루를 좋아하는 범주로 분류할 수있다.




성격에 장단점이 없는 이유


MBTI 16가지 중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각 유형별로 성향이 다를 뿐이다. 마찬가지이다. 성격에는 장단점이 없다. 자소서 문항에서 '성격의 장점과 단점을 서술하시오'라 했다고, 정말 '내 성격은 이래서 문제야.'라고 답할 필요도, 심각해질 이유도 없다.


단지 내 성격 중 이 직무에서 유용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면이 있을 뿐이다.

'빨리빨리 성격'이 탑재된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든 쉽고 빠르게 처리하지만 놓치는 게 많을 수 있다.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면 발표나 리드를 하기 어렵지만 경청 기회는 상대적으로 많다. '완벽함'을 선호한다면 모든 일에 퀄리티를 높일 수 있으나 시간이나 정신적 에너지고 많이 소모될 수 있다.


이처럼 어느 한 성격을 좋다/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업무에 좋은 영향을 발휘하거나 지장을 주는 양면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 성격 항목을 먼저 만든 뒤, 그걸 장단점으로 끼워 맞춰야 한다.


아, 책장에 자꾸 발가락을 찧을 정도로 덜렁거리는 내 성격은... 단점인가.




성격 장단점 쓰는 방법


앞서 말했듯 일단 내 성격 리스트를 만들자. 이때 되도록이면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내 모습'에 주목하면 좋다. 회사 생활이란 게, 결국엔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서 (퇴직 사유 참고) 공동체 생활에서 드러나는 내 모습이 자소서에 쓸 성격이 된다.


Tip. 어떤 행동이나 생각 앞에 특수한 상황을 부여하면 조금 더 명확하고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나는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 마지막 한 점을 먹지 않거나 반으로 나누는 편이다.  

    나는 축구를 할 때 골을 넣는 것보다 어시스트를 만들려고 움직인다.  

    나는 편의점 알바를 했을 때 손님들에게 인사를 꽤나 친절하게 잘했다.   

    나는 조별 과제를 할 때 미리 시간을 할애해서 자료를 찾고 조원들에게 공유했었다.  

    나는 스터디에서 사람들의 사소한 지식을 칭찬하곤 한다.  


이런 항목들을 준비했다면 이걸 직무와 연관해서 이점과 지장을 주는 면을 생각해 보자.


    성과를 독차지하지 않고 동료들과 나누겠다 / 반면에 눈치를 보겠다  

    협업할 때 상대의 역량을 잘 이끌어 내겠다 / 반면에 혼자서 마무리 짓는 걸 잘 못할 수도 있겠다  

    상대에게 먼저 친절하게 다가가겠다 / 반면에 일이 과다해질 수 있겠다  

    업무 준비를 상당히 잘 하겠다 / 반면에 에너지 소모가 크고, 사전 자료가 잘못됐을 경우 피해가 크겠다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끌겠다 / 반면에 부담스러워하거나, 일에 집중하자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두 가지이다. 성격을 묻는 문항에 쓸 말이 없거나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는 취준생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괜히 자소서 문항 하나 때문에 '내 성격의 단점'이라고 오인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만약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누군가에게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보완하고, 예방하면 그만이다. 덤덤하게 나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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