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하반기부터 24년 상반기까지 첨삭했던 생산직, 기술직 자소서 문항을 정리했다. 그중 출제 빈도가 가장 많았던 건 지원동기로 21.83%를 차지했다. 이중 '지원동기 및 포부'를 함께 물은 비율이 40%에 가깝고, 입사 후 목표를 따로 묻는 기업도 6.2%나 되었다.
자소서에서 지원동기처럼 포부 문항이 중요한 이유는 '진정성' 때문이다. 대기업조차 3년 이내 퇴사율이 적지 않은 마당이라, 진정성 있는 지원자를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직무역량이나 성격, 문제해결 경험 같은 질문으로는 진정성을 파악할 수 없다. 오로지 지원동기와 포부만으로 판별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퇴사가 예견되는 사람은 채용하기가 망설여진다. 혹은 잦은 이직 이력이 있다면 사직서의 무게가 가벼워졌을 수도 있으므로, 고민하게 된다. 특히 신입사원 지원자라면 더욱 그렇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신입지원자들의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소서에서 포부는 어떻게 써야 할까? 아직 회사의 시스템도 잘 모를뿐더러, 어떤 업무를 다룰지도 명확하지 않은데 구체적으로 적기란 쉽지 않다. 조금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만약 생산직에 지원한다면 '커리어'를 목표로 내세우기 모호하다. 대부분의 생산직무는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창조적일 수가 없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빈약하다. 스케줄만 잘 맞추면 끝. 목표 작업량만 채운다면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일을 잘하기 때문에 목표 생산량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생산직무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분들도 경력기술서에 실적이나 성과를 적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동안 일정 지연 없이 무사히 완료한 모든 작업이 성과이다.
신입 지원자들은 선배들의 길을 자신의 미래 포부로 삼으면 된다. 목표 생산량을 완벽히 채우기. 일단 이것이 메인 업무이자, 포부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지식과 기술, 관심도를 발휘해서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직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여러 부서의 연구/투자/영업 노력을 결실로 만드는 책무이다.
살짝 곁들이자면 회사의 작업 환경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1)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없고 2) 창조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밖에도 여러 환경 요소를 파악한 후 '이런 요소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일을 할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포부를 고민한다면 조금 더 생산직무에 적합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형 설비를 다루는지, 공구 사용 빈도가 높은지,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졌는지, 야외에서 작업하는지, 안전 위험 개소가 많은지, 위험물을 취급하는지, 방진복을 착용하는지 등 같은 생산직무라도 기업마다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이 정도는 자소서를 쓸 때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전략을 수립했다면 이제 기간 별로 다시 고민을 해보자.
1. 신입사원 : 작성해야 할 글자수가 많다면 신입사원 기간 동안 어떤 역량을 쌓을 것인지 포부로 드러내도 좋다. 어느 회사에 지원하든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유일하게 "무엇을 어떻게 익히겠다 / 환경에 적응하겠다" 이런 표현을 적어도 되는 기간이다. 어디까지나 단기 목표이다.
2. 5년 차 : 3~5년 차는 드디어 실무자 반열에 오른 기간이다. 혼자서도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으며, 신입사원의 기초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부서에서는 가장 많은 업무량을 소화할 수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외부의 도움(선배, 타 부서와의 협업 등)이 필요한 수준이다.
3. 10년 차 : 이 시점에는 상당히 큰 비전을 적어도 좋다. 현실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꿈을 크게 품을수록 지원자도, 회사도 좋다. 노력 여하에 따라 실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때만큼은 생산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맡은 일보다는 남다른 성과를 추구해 보자. (10년 차 정도면 급여도 이전과 차이가 있을 텐데, 당연하다.)
만약 작성할 수 있는 글자수가 500자 이내로 적은 편이라면 두 단계 연차로 나누거나,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된다. 글의 구조는 자유롭게 작성하되, 기업과 직무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방향성/지향점은 확실히 언급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