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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l 12. 2024

자소서 공략집 5. 가장 어려운 지원동기

많은 기업의 자소서 항목 중 '지원동기'는 가장 앞순서로 배치된다. 이력서를 통해서 이미 역량은 파악했고, 진정성을 판가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진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손실을 막기 위해서이다. 채용한 사람이 일 인분의 업무를 다하기까지 인적, 시간적, 비용적 손실이 생각 이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는 합격시켰더니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 입사 후 3년 이내 퇴사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진정성은 역량보다 중요할 수 있다.


특히나 전문 역량이 비교적 덜 필요한 직무일수록 진정성에 집중해야 한다. 전문 역량이 필요한 직무라도 회사에서 교육이 가능하거나, 환경에 알맞게 다시 기술을 익혀야 하는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면접에서 "이런 일을 해봤냐?" 혹은 "야간 근무를 할 텐데 괜찮냐?" 이런 질문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근무 환경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는 질문이다.


내가 전문적으로 다루는 생산직/정비직은 예시로 아주 적합한 직무이다. 1. 근무형태나 공장환경이 다른 산업보다 힘들며 2. 기업에 따라 다루는 설비가 독자적인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필요한 전문 역량은 오로지 '가르쳤을 때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기초 지식'이라고 봐도 무방한 곳들도 많다. 그러니 생산직/정비직에 지원한다면 지원동기만큼은 각 잡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취준생 입장에서는 지원동기만큼 어려운 문항이 없다. 돈을 벌려고 지원하지, 별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드물게 전공을 살려 원대한 꿈을 이루고 싶은 분들도 계시지만, 생산직/정비직에 10년 동안 종사하면서 단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정말 다행히 지원동기 작성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유형은 보지 못했으며, 이 세 가지 방법 안에서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만 다를 뿐이다. 


소개에 앞서 한 가지 사견을 덧붙이자면 가산점을 받기 위한 문항이 아니라 감점을 받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저 이 기업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성실히 준비해 왔는지에 따라 PASS 하는 항목이다.


1. 가치관이 일치해서


가치관을 주요 관점으로 잡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회사의 경영전략이나 비전을 참고해서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복붙 하면 안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썼을 것이고, 복붙한 수준이라면 진정성을 느낄 수도 없다.


조금 더 개인적인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 회사의 가치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내 가치관에 집중해야 한다. 애초에 순서부터가 다르다. '이곳의 비전이 이런데, 나도 그렇다'가 아니라 '내 가치관이 이런데, 이곳도 그렇다'가 옳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 나는 세상의 기술이 조금 더 안전하고 실용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이곳의 철강제품은 강도와 유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보하여 다양한 산업에서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곳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기술 전반의 안전과 실용성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하여 지원하였습니다. ]


이런 식으로 내 가치관을 중점으로 회사의 제품과 비전을 연결시킨다면 진심에서 묻어 나온 지원동기를 작성할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기업 정보를 단 하나라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시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강도와 유연성'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다.


2.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


이 방법은 전문 역량이 필요한 직무에 적합하다. 정비직에서는 활용할 수 있으나, 생산직에서는 다소 활용하기 어렵다. 전기 정비라면 전기 기능장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지만, 생산 기능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근무가 가능한 곳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생산/제조 분야에서도 10년,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공정 특화 기술을 고안해 내는 생산/제조 전문가 분들도 많다. 그럴 수 있는 기업이라면 생산직도 활용가능하다.


또한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산업 분야라면 직무를 막론하고 활용할 수 있다. 발전 가능성이 많은 반면에 인력풀이 적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 경력 자체가 커리어가 된다.


대신 '왜 이 회사를 선택했는지'를 담아야 한다. 여기서 근무를 한다면 해당 직무의 지식을 더 많이 익히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타당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른 기업에 비해 절대우위에 있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이곳의 특징 하나를 잡아서 직무를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 이곳은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도적인 전기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지원하였습니다. ] 여기에 내가 정말 열심히 기술을 익히고 발휘할 것임을 강력하게 어필하면 좋다.


3. 회사의 장점 때문에


이 방법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이다. 솔직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인데, 나는 이 방법으로 경력단절과 스펙 부족을 극복하고 공채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 누구나 돈을 벌려고 지원한다. 이 얘기를 회사의 장점과 연결시켜 조금 순화하면 된다. 회사의 장점이라면 복지, 지역, 발전 가능성, 최근 성과, 연봉 등 다양한 측면이 있다.


나는 '안정성'을 선택했었다. 당시 경력단절 사유가 워킹홀리데이였지만, 제삼자 입장에서는 그냥 홀리데이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래처럼 지원동기를 작성했다.


[ 하고 싶은 일들을 망설임 없이 해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를 한 번 겪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최근에는 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병행하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안정성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IMF 때에도 월급을 밀리지 않은 국내 몇 안 되는 기업 중 한 곳입니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직무 전문가가 되어 안정을 되찾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고자 지원하였습니다. ]


솔직한 심정을 적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행동으로 노력한 측면도 반영해야 한다. 예시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어필하여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부가적으로 다른 문항에서 '다양한 경험'을 '문제해결 역량'으로 묘사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전전했는데 모두 돌발상황을 자주 마주하므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맥락이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내용을 회사의 장점과 연결시킬 수 있다. 모 아니면 도이지만, 현재까지 첨삭 사례를 살펴보면 타율이 나쁘지 않다. 다만, 면접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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