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처음 사람을 채용할 때 일이었다. 업무는 이미 체계를 갖춰놓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일 인분의 역할을 기대하기까지 한 달이 걸릴 터였다. 심지어 그때까지는 직원의 업무를 한 번 더 검토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큰 손해가 예상되었다.
채용이 빈번할수록 애먼 지출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근무할 사람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재택근무는 당연하고, 시급 11000원(당시 8,720원이 최저), 월 1권의 책 선물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지를 제공했다.
좋은 사람이 닿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채용 사이트에 모집공고를 올렸다. 그로부터 15분 뒤, 사이트에 다시 접속을 하자 100 건 이상의 지원이 쌓여 있었고, 30분이 가까웠을 때는 200명을 넘어섰다. 단 한 명을 뽑아야 하는데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너무 놀랐다. 모두 다 검토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어서 재빨리 채용 공고를 마감했다. 그 후 반나절 동안 지원서를 훑으면서 면접 대상자를 추렸다. 이때 기준은 '진정성'이었다. 아무 곳이나 복붙한 자소서처럼 보인다면 바로 탈락시켰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가 뚜렷이 보이는 사람들만 남기자 11명으로 압축되었다.
내심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기도 했지만, 그보다 솔직한 지원동기를 갖춘 사람들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업무 자체가 고난도의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나는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출 사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1명 면접 대상자에게 아침 7시 화상 면접을 제안했다. 모두 저마다의 지원동기가 확실했기 때문에 아침 면접이라는 초강수를 두지 않고서야 순위를 매길 수 없었다. 날짜는 일주일 내 자유롭게 선택하게끔 했다.
시간 조정이 가능한지 되물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제외했다. 첫 약속부터 편의를 봐줘야 한다면 업무에서도 상당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7명이 이른 아침부터 용모를 단정히 한 채 화상 채널에 입장했다.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 분은 육아맘이셨다. 어린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되신 분인데, 최대한 업력을 유지하면서 생계 비용을 충당하고자 지원하신 분이었다. 채용 사유는 단순했다. 조금 고약한 사업주의 마음이지만 양육이 걸려있으니 퇴사가 어려울 테고, 아침 7시에도 생기가 도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려 2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단 한 명의 육아맘을 채용한 사유가 고작 1) 퇴사가 어려워 보이고, 2) 아침 7시의 생기였다. 더구나 자소서에 '매달 1권의 책을 육아교육 분야로 받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이분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진정성 있는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아무리 근무 편의가 좋은 여건이라지만, 그래봐야 월 급여가 생계를 유지하기엔 다소 부족한 금액이었다. 이런 소규모 채용조차 이렇게 경쟁이 치열할진대, 법인 이상의 기업들은 오죽할까. 대기업들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지만 애초에 수천~수만 명이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자를 가리기가 난해하다.
무엇보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그 수많은 지원자들의 스펙이 사실 엇비슷하다. 90% 이상이 유관 전공자이며, 자격증을 하나 이상 갖췄다. 그러니 '전공이라서 잘할 수 있어요' 식의 자소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소서가 유일하게 '나라는 격'을 만든다.
남들과 스펙은 비슷하지만 '이런 경험과 인성을 갖춰서 제가 제일 적합해요'라고 종이 한 장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스펙을 기재하는 이력서와 달리 내 마음가짐을 담백하게 장문으로 드러내는 글, 그 진정성 하나로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를 판가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