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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l 10. 2024

자소서 작성 공략집 #1. 프롤로그

포스코에 재직했을 때, 인사팀 권유로 외부 취업 강연을 종종 나갔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러다 퇴직 한 달 전까지 여러 차례 강연을 나갔다. 하지만 매 강연마다 긴장을 한 탓인지 시간 조절을 못하거나 준비한 내용을 빼먹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좋은 결실을 여럿 맺었다. 그중 한 지원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친구는 포스코에 너무 입사하고 싶어서 매 공채에 지원하고 있었다. 그 의지가 얼굴에 너무 잘 드러났다. 지난 강연에서도 참석했다는걸, 얼굴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이 친구는 항상 수십 장의 A4용지를 들고 있었다. 어디서 모은 것인지 '포스코 입사를 위한~'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야말로 "공략집"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떨어지는지 의아했다. 마침 일 대 일 15분 상담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긴밀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때 발견한 문제는 딱 한 가지였다. 솔직하게, 나보다 직무 지식이 많았고 애사심도 보였다. 그런데 단 한 가지,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포스코와 잘 어울리고 실력 있는 지원자인데 단순히 '표현이 서툴러서' 몇 번이고 낙방한 것이었다.

나는 몇 마디 조언과 함께 이런 말을 전했다.


A4용지를 이렇게 가지고 다니고, 취업 프로그램도 여러 번 참여했잖아.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왔다는 걸 어필해 봐.


그리고 세 달 뒤, 우리 부서에 신입사원이 배치되었다. 다른 파트였기 때문에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현장을 가려는데 "안녕하십니까!" 큰 외침이 들렸다. 바로 그 친구였다. 몇 수만에 합격한 것인지, 그 기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서에 아는 선배가 있다는 사실도 기뻤을 것이다. 내가 곧 퇴사하는 줄도 모르고)




지난 2년간 자소서 첨삭을 하면서 이 친구와 유사한 사례를 종종 목격했다. 초안과 함께 자신의 이력이라고 건네는 파일의 양만 봐도 그 사람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하물며, 이렇게까지 준비하지 않은 지원자들은 어떨까?

대다수의 지원자들은 '모범적인 정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자기 인생에서 최대한 예쁜 에피소드를 꺼내어 보기 좋게 포장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문항의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나는 이런 문제가 편견과 표현력 부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자소서에 정답이 있을 거라는 착각,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를 담지 않은 맥락. 이것들을 뜯어고쳐보고자 자소서 작성 공략집을 작성한다.


프롤로그에서는 한 가지만 명심하자. '자소서는 나를 처음 표현하는 단 하나의 글' 그러므로 나를 먼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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