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작성 공략집 #3. 가장 어려운 지원동기
자소서 작성 시 가장 어려운 문항은 바로 지원동기다. 대부분 돈 벌려고 지원하지, 별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드물게 전공을 살려 원대한 꿈을 이루고 싶은 분들도 계시지만 대다수는 '보다 편안한 생활/생계'를 위해 조금 더 나은 직장을 찾는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회사에 지원하기 앞서 연봉과 복지를 살피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파악하곤 한다. 당연한 것이다. 회사가 채용 지원자를 1차 서류 - 2차 토론 면접 - 3차 인성 면접 - 4차 직무 면접 - 5차 건강검진 등 여러 필터로 살피듯이 지원자도 회사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솔직한 지원동기는 바로 이렇게 작성할 수 있다.
이만한 연봉과 복지라면 적당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적는다면 망한다. 그냥 망한다.
가장 기본 형태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그전에 한 가지 팁을 공개하자면 '지원동기는 그다지 플러스 요인 없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마라'. 이 문항은 그저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성실히 준비해 왔는지, 혹여 허튼소리를 하지는 않는지 파악하는 가벼운 필터이다. 그래서 대부분 1번 문항으로 등장한다.
가장 기본 형태는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맥락이다. 회사의 비전이나 업무 스타일이 나의 가치관과 부합해서 지원했다는 게 보편적인 답변이다. 이게 너무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만큼 단점이 없는 답변이 없다.
예를 들어 연애 중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이라고 해보자. 가장 먼저 상대의 어떤 점을 떠올릴까? 바로 '가치관'이다. 오랜 기간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생을 같은 방향으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인지를 고민한다.
마찬가지이다. 회사든 면접관이든 최소 몇 년을 함께 일할 사람을 뽑기 때문에 가치관이 일치한다면 일단 무난하게 문을 열어준다. 다만 '비전'과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단순히 '성장을 거듭한다 /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식으로만 작성한다면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어떠한 점에서 성장과 도전을 계속한다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지원자 본인도 어떤 일화를 통해 같은 가치관을 가졌다는 걸 확실하게 어필해야 한다.
이를테면 "나는 맛있는 걸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소리다. 누구는 한식이 맛있고, 누구는 햄버거를 맛있게 생각하니,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라.
두 번째 형태
자소서 작성 시 지원동기는 커리어에 집중할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전공을 가지고, 외길로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는데 이 커리어를 더 쌓기 위해서 이만한 회사가 없다고 주장하는 방식이다.
필자가 수행했던 '전기 직무'를 예를 들어보자면 "전자 회로에서 시작하여 전기 판넬, 플랜트 전력관리까지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제는 고전력을 취급하는 대규모 생산 시설에서 경험을 이어나가 장치 산업의 전기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이런 맥락이다.
이 방식으로 지원동기를 작성하려면 반드시 해당 직무에 전문 지식 혹은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면접관들에게 모든 지원자는'병아리'이기 때문에 학점도 낮고, 경력도 없는데 커리어를 운운한다면 모양이 어딘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모 아니면 도 형태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방식은 아주 강한 이점이 되거나, 그냥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방식으로 작성한 캐릭터를 면접 자리까지 유지한 덕분에 간신히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
사실 그대로 쓰기
자소서를 작성할 당시, 나는 일상이 아주 각박했다. 좋지 않은 일들이 연거푸 터지면서 하루도 안 쉬고 일했으며 three job을 아르바이트로 뛰었다. 그래서 절박했다. 그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썼다.
"20대 때 일찍 퇴사를 하고 자유를 찾아 놀았다.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오고 즐길 만큼 즐겼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이룬 게 없었다. 한 번 큰 어려움을 겪자 일상이 빠르게 무너졌다. 그래서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이 회사는 국내 어느 기업보다 탄탄하며, 안정된 일상과 실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곳에서 어떤 전문가가 되어 어떤 개인의 목표, 회사에서의 목표를 이루고 싶다."
이런 맥락으로 지원동기를 작성했다. 부가적으로 다른 문항에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어필했다. 이 방식은 면접 자리와 심지어 부서 배치 순간에도 먹혔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