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입시험에서 겪은 실패 앞에서, 19살의 남자가 갖고 있던 소원은 아주 뚜렷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껴지게 해 주세요."
잠에서 깬 남자는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후회 없이 공부한 1년과 좋은 결과가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당시엔 쓰라리게만 느껴졌던 경험들이,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남자의 형태를 다른 사람과 다른 모양으로 잡아나가는 밑 작업이었다. 남자는 부딪혀서 깨지고 갈려 나가더라도 그 밑에 남는 조각이 결국에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지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힘껏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남자에게 필요한 주문은 딱 하나였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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