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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Nov 29. 2022

망의 소식2

또 한 차례 이유모를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 익히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의 죽음은 땅이 무너진 마냥 하염없이 슬프건 마, 두리뭉실하게 아는 사람의 슬픈 소식은 미처 이루지 못한 꿈처럼 안타까움이 묻는다.




2015년이었을 것이다. '칼국수 이어폰'이라고 칼국수 면발처럼 선이 굵은 이어폰을 해외에서 싸게 떼어와 국내에 처음으로 팔았던 친구가 있다. 친구는 대박을 쳤고, 그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그 뒤로 이더리움을 공부한다고 했나, 그렇게 나는 코인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2017년이 되어서야 코인을 시작했다. 비트코인으로 시작해 온갖 코인들을 거쳐 빠르게 코인 업계 소식통까지 자처했었을 정도로 푹 빠진 적도 있다. 그렇다고 대박을 일구지는 못했다. 정보를 아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종이 앞뒷면처럼 다르다는 사실을 코인으로 배웠다.


그러다 2018년 초, 거대한 암전의 시기를 맞았다. 나는 옵션시장으로 넘어가 일명 '단타'를 했고, 그조차 쉽지 않은 것을 깨닫고 뒤늦게 커뮤니티를 살폈다. 그러다 한 유튜버를 접했다. 이 유튜버는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업계 소식과 흐름을 평안하게 살피는 분이셨다.


대부분 빠르게 수익을 거머쥐려고 나와 같은 단타 포지션을 취했지만 이 분은 그러지 않았다. 관망하며 둘러보거나 업계 동향, 기술적 이슈들을 이야기하며 팬들을 늘려갔다. 나도 그의 팬 중 한 명이 되어 매일 밤 10시 무렵 유튜브 라이브에 참여해 코인 IOC나 콘퍼런스 소식들을 접했다.


투자에 관한 의견은 공유하지 않는 라이브라 팬의 숫자는 한계를 맞았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팬들은 들쑥날쑥한 단타 투자자들보다 차분하게 시장을 읽을 줄 알았고, 투자에 조급함이 없으니 업계 소식들을 더욱 객관적으로 자세히 공유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재미에 더 심취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일 년 정도 지났을 때, 유튜버가 사라졌다. 그분이 투자한 코인들이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에 주식처럼 차분한 투자를 정말 잘하시는구나, 수익률이 궁금하다 싶었는데 사라졌다. 단톡방에는 그분의 수술 이야기가 오갔다. 어떤 병이 있어 수술을 하셨다고 하니, 쾌유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나 오늘이 되었다. 그동안 유튜브에도, 단톡방에도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을 나가지도 않았다. 소식이 없으니 카톡 스크롤 저 밑으로 밀려 이런 방이 있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년 만에 메시지가 띄워졌다. "삼가 감사 인사드립니다."


그의 누나의 인사였다. 많은 동료, 친구 분들이 이렇게 계셔주셔서 감사하다며, 동생이 정말 잘 산 것 같다며 자랑스럽다는 글을 띄우셨다. 그 메시지를 읽으며 먹먹함이 가슴에 자리했다. 생활이 바빠 잊고 지냈어도, 언젠가 다시 유튜브 라이브가 켜진다면 반갑게 들어갈 채널. 그곳에 인사 한마디 남기지 못했다.


무려 4년 동안 코인 시장을 들락거렸고, 이렇게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건 그 유튜버 덕분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서른을 전후해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들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참으로 긍정적이었기에 달리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카톡방이 활성화되었다. 모두가 그의 명복을 빌며 마지막 인사를 써 내려갔다. 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직접 뵌 적은 없지만 / 실제로 뵙지는 못했지만'으로 서두를 열었지만, 흥망성쇠의 코인판에서 그분을 통해 큰 위로와 격려, 흥미를 얻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 차례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시장이 좋아지면 다들 모여서 밥 한 끼 하자고. 어떤 거창한 것도 아니고 얼굴을 보며 식사를 한다는 게 작지만 완벽한 소원이었다. 행복은 소중한 사람들과 밥 한 끼 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라, 몇십 명의 소원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기다리기만 한 탓에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이 되었다.


* 망의소식1(20.11.17) : https://brunch.co.kr/@choncreate/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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