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 살아가는 자연

by Chong Sook Lee


여름이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성급한 파는 벌써 씨가 생기고

부추는 연보라 꽃을 피운다


잃어버린 봄이라도

땅은 계절을 알아

씨 뿌린 땅에서 싹이 자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이

텃밭에서 어엿하게 자란다


죽어버린 체리나무

밑동만 남기고 잘랐는데

가지 두 개가 살아남아

씩씩하게 자란다

보이지 않는 생명력은

살아있는 유전자를 찾아

부활한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데이지는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무럭무럭 자라더니

예쁜 꽃을 피우며

주인 행세를 한다


며칠 전 피기 시작한

라일락은 시들어가고

텃밭에 옮겨 심은 토마토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두 팔을 벌리고 햇볕을 받는다


작년 여름에

벌레에 시달리던 장미는

다시 살아나 새 삶을 살고

연보라색 꽃들은

피고 지며 살아있음을

자랑한다


사과나무와 앵두나무는

올해는 꽃을 피우기 싫은지

이파리만 잔뜩 달고 있는데

작년에 왔던 벌들이

혹시나 하고 찾아와도

신경도 쓰지 않고

모른 체하고 능청을 떤다


호박과 오이가 제법 커지고

깻잎은 이제 먹어달라고 한다

씨 뿌렸던 상추는 오리무중

몇 년 전 뽑아버린 아욱이

새삼스레 여기저기서 자란다


며칠 전 시집 온 근대는

무언가가 다 갉아먹고

친정이 그리운 고추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다


맨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비를 맞고 바람을 만나고

햇볕을 받아가며

혼자 잘 자라는 자연이

참 예쁘다


때가 되면 오고 가는

자연의 지혜가 부럽다

싸우지 않고

빼앗지 않으며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슬기로움이 눈길을 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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