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가기도 전인데 나무들이 단풍이 든다. 8월이 오기도 전에 가을 이야기를 하면 믿을 수 없겠지만 요 며칠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나무들이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예쁘다고 해야 할지 허무하다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고국은 폭염 소식으로 더워서 쩔쩔매는데 이곳 날씨는 가을 날씨같이 선선하다. 비 소식이 없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퍼부었다. 지나가는 비도 아니고 작정을 하고 쏟아붓는데 한참을 내렸다. 예약을 하지 않고 의사를 보러 갔는데 이미 대기실에 환자들이 꽉 차있었다.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예약한 사람들을 먼저 불러 기다리다 보니까 2시간 만에 간신히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의사를 보는 시간은 기껏해야 5분 정도 길어야 10분인데 의사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코로나로 비대면 진료를 하다 보니 환자들이 별로 없어 문을 닫은 진료소가 근처에 몇 개 있다. 코로나가 진정되어 대면 진료를 하는데 의사는 별로 없고 환자들은 많아졌다. 그로 인해 의사들은 지치고 환자들은 의사 보기가 힘들어져 간다. 의사 3명이 진료를 보는데 그나마 한 명이 휴진이라 안 나온 바람에 더 많이 기다렸다. 간신히 의사를 만나고 처방을 받고 엑스레이를 찍으라는 종이를 가지고 나오는데 비가 계속 내린다. 진료소는 집 가까이에 있어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서 비가 오지만 조금 주춤하는 틈을 타서 천천히 걸어본다. 한여름에 쟈켓을 입고 걷는데 여름이 아니고 완연한 가을 날씨처럼 전혀 덥지 않다.
벌써 여름이 왔다 간 것일까? 믿어지지 않는다. 긴 겨울 동안 기다려온 봄은 얼굴만 살짝 보여주고 가 버리고 그나마 뜨거워야 할 여름은 가을처럼 선선하다. 작년 이맘때는 폭염이 계속되고 대형 산불 때문에 온 나라가 연기로 가득 찾는데 다행히 올해는 화재 없이 여름을 잘 넘긴다. 작년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더운 여름이 될 줄 알았는데 덥지 않아 좋기는 한데 한 달 남은 여름이 어떨지 모르겠다. 자연이 알아서 하는 것을 또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된다면 좋겠지만 세상사 그렇지 않다. 산불이 꺼지고 기다리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동네가 고스란히 잠겨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대피를 한 곳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다.
집이 잠기고 짐승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는 농부들은 망연자실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생각지 못한 자연재해로 인간의 한계를 본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꺼지지 않는 불길로 산이 타고, 홍수로 동네가 잠겨 집을 떠나야 했던 이재민들은 떠나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산다. 코로나의 재확산이 또 다른 이슈가 되어간다. 또 다른 변이종으로 백신을 5차까지 맞는다는데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와 같이 사는 세상 이라는데 여전히 규제가 많다. 국제선을 타려면 PCR 검사를 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고 또한 집에서 하는 자가 키트는 정확하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 물론 사람들이 집에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정확성이 떨어진다.
몸이 아픈 데 음성이 나오면 코로나가 아닌 줄 알고 돌아다니고 음성이 나왔는데 PCR 검사를 하면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가 키트로 아침에 검사해서 음성이 나왔는데 오후에 보면 양성으로 되는 경우도 있다 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사람이 하는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언젠가 한 번은 한국에 다녀와야 하는데 하루빨리 안정이 되어 예전처럼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데 전염병이 끝나지 않고 전쟁도 계속되어 세상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끊이지 않는 기아와 악화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사람들은 앞일을 알 수 없어 두려워한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어 놓지만 그것 역시 해답은 아니다. 서민들은 점점 살 길이 막막해져 가는데 정치인들은 만나면 서로 헐뜯고 권력 싸움만 한다. 말로는 국민의 권리를 운운 하지만 자신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고 상대를 깍아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간다.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아니고 권력을 어떻게 해서든지 뺏고 빼앗기 위한 싸움을 할 뿐 정작 나라살림은 뒷전이다. 국회는 오랫동안 비어있고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가는 정치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며 생활해 보라고 하면 아무도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건설 업계에서 일을 하며 폭염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그들에게 내일은 희망이 아니고 일을 하다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운 시간이다.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국민의 말을 들어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할 때 말을 안 해도 국민들은 알아본다. 앞장서서 서로 잘했다고 언성 높이는 추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이다. 네 편 내편 편 가르고 자신의 잘못은 은폐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파헤치는 파렴치한 세상에 후세들은 아무것도 배울 게 없다. 내일이 없는 오늘은 막장드라마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남의 실수를 포용하며 험난한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때 하늘이 돕고 땅이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