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봄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싹이 없고
겨울보다 더 추운
꽃샘바람이 불어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봄이라서 좋다
기약 없이 가는 봄이라서
더없이 그립다
꽃이 되어
바람 되어 다녀가는 봄은
기다림 속에
그리움을 남겨놓고
살며시 다녀가는 연인이다
뜨거운 여름은 정열의 계절
끝없이 사랑하고
영원히 함께 할 듯 하지만
가을의 소식을 들으며
조용히 갈 채비를 한다
풀잎의 이슬을 말리고
나뭇잎은 여름 따라 짐을 싼다
여름이 가고 난 뜰에
가을의 긴 그림자가
외롭게 서 있고
물든 나뭇잎들은
앞다투며 땅에 떨어진다
가을 속에 여름이 있어
따스한 햇살로 위안하지만
자리를 찾아오는 겨울 속에 묻힌다
해는 짧고 밤이 긴 겨울은
지난날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성장이 멈추고
죽은 듯이 살아가지만
다시 만날 봄을
희망하며 살 수 있기에
겨울이 너무 사랑스럽다
겨울이 있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봄이다
겨울은 가을의 끄트머리에 서서
헝클어진 한 해를 마무리한다
봄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잊지 못할 지난날들을
가슴 깊은 곳에 끌어안는다
봄을 맞기 위한 겨울이
다 하는 날
우리는 또 다른 계절을 향한
감사의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