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많은 여름

by Chong Sook Lee


때늦은 폭염이

뜨락에 쏟아집니다

가을은 이미 왔는데

여름은 미련이 많아

가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초록은 벌써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데

미처 쏟지 못한 정렬을

마저 내어주려고 합니다


개미와 벌이

힘이 빠져 느린 걸음으로

가을을 준비하는데

여름은 차마

떠나고 싶지 않은지

마지막 남은 사랑을 불태웁니다


가야 할 날이 다가오지만

아직은 할 일이 남았다며

텃밭을 어슬렁거립니다


오이와 고추를 더 키워야 하고

토마토와 호박도 더 자라야 한다고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내려쬐고 있습니다


심심한 나비는 덩달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더위에 지친 새들은

시원한 나뭇가지에서 쉽니다


가을이 온다고

그냥 떠날 수 없는 여름은

다시 오는 그날을 위해

마지막 혼신을 다해

남은 삶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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