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게 분다. 나무들이 춤을 춘다.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열매들은 빨갛게 익어간다. 아침 일찍 코스코에 가보니 상상 외로 사람들이 많다. 주말에 바쁠 거라 생각해서 오늘 갔는데 오늘도 여전히 바쁘다.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왔을 것이다. 한번 오면 당장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이 아니고 이것저것 여유로 사다 보면 카트로 꽉 차게 된다. 생각 없이 장을 보다 보면 후회스러워 오늘은 꼭 필요한 것만 사야지 하고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 보니 보이지 않던 신제품이 널려 있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
세일해서 사고, 여유로 사던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언젠가부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시대다.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사서 주고받으며 사는 세상이라 간단하다. 요즘 만드는 옷은 질겨서 백 년을 입어도 떨어지거나 헤지지 않는다. 싫증이 나고 유행이 변해서 사게 되지만 일을 안 하기 때문에 옷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릇도 가구도 간단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서 한번 사면 오래도록 싫증 나지 않게 쓸 수 있다. 지난번 사고로 차를 폐차시키고 같은 회사에서 만든 새 차를 구입했는데 발판 사이즈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새로 구입해야 했다.
차마다, 연도 수마다 물건을 다르게 만들어 팔아야 돈이 되겠지만 멀쩡한 발판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더럽힌다. 그것뿐이 아니 다. 세상에 물건은 넘쳐나고 물건은 썩지 않는데 계속해서 만든다. 기후변화로 세상이 뒤집어지고 해마다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들이 넘쳐난다. 홍수로 떠내려온 쓰레기는 산더미같이 쌓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만 사게 된다.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꼭 필요한 것만 사기는 힘들지만 연습을 하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옷장에도 옷은 많은데 막상 특별한 곳에 가려면 입을 게 없어 이것저것 입어 본다.
옷을 살 때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무난한 옷이라고 생각하며 산 옷들인데도 세월 따라 몸이 변하는지 살 때와 다르다. 사서 몇 번 입지도 못하고 걸어 놓은 채 자리만 차지하는 옷가지를 보며 한심 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싸게 사서 고이 모셔 놓았다가 버려야 한다. 그릇도, 신발도 마찬가지다. 좋아서 샀는데 무거워서 싫고 굽이 높아서 힘들다. 집안을 둘러보니 앞으로 쓰지 않을 물건들 천지다. 지금 당장 안 쓰는 것은 버려야 마땅한데 버릴 용기는 아직 없다. 작거나 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번 더 입기 위해 구석에 모셔 놓는다. 웃긴다.
애들이 가져다 놓은 물건을 없애라 고 하면 엄마 것부터 없애라고 오히려 큰소리친다.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돈을 벌고 사다 놓고 쓰지 않다가 버리는 게 유행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세일할 때 물건을 사다 놓고 나중에 주었는데 지금은 유행이 너무 빨라서 아이들이 앞서간다. 내가 사준 물건은 시시하고 유행에 뒤진다 고 생각하는지 물건을 사주면 모두 싫다고 하고 돈이나 주면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애들 주려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각자 좋아하는 물건을 사면 된다.
생각해보면 물건이 귀했던 옛날이 참 좋았다. 손수건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요즘엔 돈이 돈 같지 않다. 명품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어차피 한두 번 쓰고 말 물건들인데 많은 돈 들여 살 필요가 있을까 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중국산 물건이 시장을 지배한다. 싸면 싼 대로, 비싸면 비싼 대로 모두가 중국산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인지 몰라도 중국산은 믿을 수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사게 된다. 한국말로 써놓아서 국산인 줄 알고 산 물건들이 많다. 하다못해 나물 종류도 중국산인데 놀라지만 산다. 옛날 같지 않아 상품의 질이 좋아졌지만 사면서도 늘 찜찜하다.
물건은 많아지고 사람들은 자꾸만 사서 버리기를 반복한다. 우리 집에도 버릴 것이 많은데 생각하면 한심하다. 버리기는 힘들고 사기는 쉬운 세상이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물건들 때문에 한번 불이 나면 독성이 강하여 인체에 해를 주는데 해결책이 없다. 재활용을 한다고 하지만 불과 몇 퍼센트밖에 재활용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옷도, 신발도, 그릇도 넘쳐나는데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고 유행이 지나간다. 나부터도 물건을 안 산다 안 산다 하면서도 마켓에 가면 한두 개씩 사 온다. 먹는 것만 사야 되는데 조금 싸고 좋은 물건을 보면 횡재를 만난 것처럼 사게 된다.
멀쩡한데 오래전에 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세상은 쓰레기로 넘쳐나는데 이제라도 정신 차려 보자. 옛날에는 몰라서 사고 버리며 살았지만 매일매일 지구가 우는 소리를 듣는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던 섬들이 물에 잠긴다. 어느 날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물에 잠기는 날이 가까이 온다고 한다. 소비도 좋고, 수출 수입도 좋지만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남들이 산다고 사고, 남들이 버린다고 버리다 보면 지구는 어느 날 쓰레기산이 될 것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고 내 생각도 바람 따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