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세월 속에 피어나는 꽃이다

by Chong Sook Lee



사람의 생각은 그야말로 무한하다. 가만히 있어도 생각은 계속된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은 이어지고 머릿속은 복잡하다.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생각나면 궁금할 때 뛰어가 소식을 물어보고 얼굴을 보면 되겠지만 머릿속의 생각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바쁘다.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는 말도 이제 무색해졌다. 여전히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고 변이종이 생겨나지만 더 이상 두려움의 존재는 아니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코로나 전의 삶으로 돌아간 지 오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마스크도 안 쓰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나 생활한다. 코로나는 이제 감기나 독감이 되어 아프면 약 먹고 집에서 며칠 쉬면 낫는다. 많은 사람들이 전염이 되고 아파서 생명을 잃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지나간 역사가 되어간다. 가을에 다시 유행이 온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의 방역이나 격리는 사실상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아프면 재택근무로 하고,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교체하여 일상생활을 이어간다.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가 바꿔놓은 삶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 사이에 인공지능은 상상외로 발전하고 사람들은 변화에 맞추느라 진땀을 뺀다. 젊은이들은 지체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노인들은 뒤로 한 발짝씩 물러선다. 시장이나 카페를 가도 기계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은 기계의 노예가 되어간다. 대화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 언제 전화로 사람들과 통화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웬만하면 톡으로 하고 온라인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며 산다.


사람의 삶이 아니고 기계의 삶이 되었다. 컴퓨터로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장을 보고, 공문서를 작성한다. 얼굴을 보고 손을 잡고, 눈으로 마음을 전하는 시대는 갔다. 사람들은 시간이 너무 없고 바쁘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애나 어른이나 바빠서 정신이 없다. 아이들 말할 때 듣고 있으면 글과 말이 자꾸 짧아져 간다. 한글은 한글인데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이 많아진다.


아이들은 모르는 단어로 말을 하는데 한참을 들어도 감이 안 잡힌다. 물어보면 한심하다는 눈길로 쳐다본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물어보면 정답을 알려준다. 이유는 모르지만 시대가 그런 걸 어쩌지 못한다. 한글은 몰라도 되는지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영어만 배우려고 애를 쓴다. 영어를 모르면 바보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 영어를 섞어서 쓰지 않으면 무식해 보인다고 한다. 뜻을 모른 채 얼버무리듯 사용하는 영어가 유행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정신 차리고 열심히 배우는 길 밖에 없다. 요즘엔 오히려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한글을 제대로 한다고 한다. 존댓말과 맞춤법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해외여행을 하면서 주워들은 영어를 쓰면서 산다.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알지 못하는 언어가 생겼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언어를 못쓰게 하여 일본 말이 사용되어 7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일본말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영어는 이제 우리의 말이 되어 한국말은 점점 없어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어가 필요하지만 한번 없어지면 찾을 수 없는 것 또한 언어다. 노래에도, 글에도, 영어가 섞여 있어서 한글의 가치가 떨어진다. 세상이 달라지고 시대가 바뀐다 해도 뿌리는 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어쩌면 나만의 지나친 기우인지 모른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에 여러모로 편리하겠지만 기왕이면 순수한 한글과 한국말이면 좋겠다. K- 문화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세상이기에 한국 하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참 좋다.


처음 이곳에 이민 왔을 때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리를 지나가면 한국말로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나름대로 자존감도 높아지는데 한글이 없어져 가는 것은 싫다. 한국말 보다 영어가 쉽게 나오는 세월이 흘렀지만 악착같이 한국말을 고집하는 내가 때로는 우습다.


할수록 예쁘고 쓸수록 아름다운 한글이 잘 보존되어 세계 공용어가 되었으면 하는 야무진 꿈을 꾸어 본다.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가 늘어나다 보면 그리 불가능하지는 않다. 국제결혼이 많아지고 한글이 꾸준하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로 보급된다면 안될 이유도 없다.


한국인과 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한국에 대한 것이라면 말과 글을 비롯해서 무엇이든지 열심히 배우고 따라 한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보다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한국인인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애국자가 된 것 같다.


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서 가타부타할 수는 없지만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간절하다. 세월이 갈수록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더 그리워지고 발전한 한국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지금 당장 가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내 마음속에 자라는 한국에 대한 사랑은 영원하다.


갑자기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져서 너도 나도 해외로 나간다. 어느 날 나도 그들의 행렬에 끼어 한국을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성이 약해진 것인지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사랑만 주시던 부모님과 함께 자라며 웃고 울던 형제자매들이 간절하게 그립다.


전철 타고 버스 타고 달려가던 그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른데 비행기 하나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날아간다.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고 환희와 슬픔을 나누며 사는 세상에 비행기를 보며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그려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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