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세월 따라

by Chong Sook Lee



가는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도

하염없이 걸어갑니다

걷노라면

보지 않고

무심하게 흘려버린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돌과 돌 사이에

사이좋게 자라는 질경이와

깨진 길바닥에

혼자 피어있는

민들레가 살아가고

죽은 나무 기둥 중간에

다소곳이 버섯이 자랍니다


길가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들꽃이 누워서

하늘을 봅니다

누렇게 퇴색하여

죽은 듯 하지만

수많은 씨를 뿌려놓고

내년을 기약합니다


장마철에 떠내려온

나뭇가지들이

계곡에 누워있고

바람에 쓰러진 나무는

누운 채로 가을을 만납니다

허리가 구부러지고

어깨가 꺾여도

남은 세월을 살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을

걸어가노라면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숲을 지키는

자연이 모여 사는 곳

의지하고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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