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오고 가는 계절

by Chong Sook Lee



계절은

오고 갈 때를 압니다

이번엔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는 것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밤새 비가 되어 오더니

오늘은 바람이 되어 온

벌거벗은 가을

그 많은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나목이 되어

추운 겨울을 맞습니다


화려한 모습은

바람 따라 보내버리고

맞아야 할 계절에

다소곳이 순종합니다


뒤돌아 보지 않고

기약도 없이

앞만 보고 떠나는 가을이

땅에 떨어져 뒹굽니다


어디로 갈지 몰라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가을은 또 이렇게 가고

겨울을 앉혀놓습니다


삶은 어차피 여행의 연속

어제는 그곳에서 살고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며

내일은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

방황하는 계절입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며

고개 숙이더라

꺾어지지 않는 갈대처럼

삶을 사랑하는 계절입니다


아픔보다 더 큰 슬픔이 있어도

고통보다 더 많은 이별이 와도

잊지 않고 찾아오고

소리 없이 머물다

살며시 떠나는 계절입니다


만남은 이별이 있기에

더없이 애틋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우리는 소망합니다

가는 마음속에

오는 마음을 오롯이 담아

마음 가득하게 그리움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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