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찾아온 가을

by Chong Sook Lee



가을이 잠시 돌아왔습니다.

며칠 동안 겨울에 밀려

눈 아래 숨어 있던 가을이

얼굴을 내밉니다.

고운 햇살이

세상을 비추며 가을을 깨웁니다.


주인 행세를 하던 겨울은

힘없이 녹아 흘러내립니다.

지붕에 앉아 있던 눈들이

녹아 고드름이 됩니다.


가을은 햇살을 만나서

덮었던 담요를 벗어버리고

바람 따라 춤을 춥니다.

아직 보여줄 가을이 있다고

단풍잎을 흔듭니다.


마가목 나무의 새빨간 열매도

하얀 고깔모자 벗어 버리고

햇살을 받고 서있습니다.

눈꽃을 피우던

앵두나무도

푸르른 이파리를 내어놓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며시 웃고 있습니다.


가을은

언제 가야 할지 몰라도

따스한 햇살을 즐깁니다

어느 날 겨울이

끝내 밀어내더라도

오늘 지금 이 순간

눈부신 햇살과 함께

찬란한 하루를 보냅니다


다시 겨울이 오는 날

떠나야 함을 알지만

그때까지는

따스한 햇살 아래

못다 한 사랑을 하고픈 가을

미련도 후회도 없는

찬란한 하루를 만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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