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삼아... 쇼핑센터를 걸어본다

by Chong Sook Lee



살 것은 없지만 쇼핑몰에 가면 볼 것은 많다. 걸어 다니다 보면 새로운 물건들이 시선에 들어와 물건을 안 산다고 하면서도 신상품을 보면 사게 된다. 집안에 물건이 쌓여있어도 세일하는 물건이 있으면 호기심이 생긴다. 필요한 것도 없는데 쇼핑을 나오면 물건들이 나를 유혹한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한다고 여기저기 난리다. 특별히 살 것도 없는데 길거리가 미끄러워 위험해서 산책은 밖에서 못하기에 운동 핑계 대며 쇼핑센터로 향한다. 오늘은 구경만 하기로 마음먹고 나왔는데 대폭 할인한다는 선전광고가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상점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해서 기웃거려본다. 새롭게 생긴 커피 메이커를 파는 곳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서 있다. 물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샘플 커피를 맛보며 서로 이야기를 한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앞에 있는 화장품 가게에는 젊은 여자들이 꽉 차있다. 75 퍼 센트 세일이라고 쓰여 있어서 들어가 보았는데 정작 세일 품목은 다 팔렸다고 한다. 눈요기만 하다가 나와 옆집으로 간다.


겨울 상품을 파는 곳인데 반액 세일을 한다고 한다. 가격을 보니 엄청 비싸다. 아무리 반액 세일을 해도 정가가 너무 비싸니 세일 가격도 비싸다.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막상 나와보면 실감이 안 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팔아야 한다. 입어보고 만져보고 돈을 내는 줄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새로운 디자인에 화사하고 가벼운 겨울옷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즐비하게 걸려있다. 올해는 겨울이 일찍 왔다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온화해서 두꺼운 옷이 필요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코트를 사나 보다.


신발 가게를 지나간다. 한산하다. 아마도 지난번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살 사람은 다 샀는지 점원 두 세명이 신발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노인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가게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옷을 고르기 바쁘다. 언뜻 보기에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를 모시고 나온 딸이 이것저것 권하고 있다. 또 한 해가 간다. 무언가를 엄마에게 사주고 싶어 하는 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나이가 들면 특별히 필요한 물건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다. 옆에서 보는 엄마가 행복해 보인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세일할 때 물건을 사놓았다가 선물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한 지 오래되었다. 아이들은 제 마음에 드는 것을 사 입고, 손주들은 부모들 마음에 드는 것을 사서 입힌다. 할머니가 사주는 것은 유행에 뒤떨어지는지 사줘도 안 입는 것을 알고 나서는 차라리 돈을 주면 좋아한다. 세월이 눈도 늙게 만들었는지 아이들의 안목과 차이가 진다. 괜찮다. 그 모든 것이 자연현상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대로 살면 된다. 불경기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 보인다. 층계를 만들어 위아래로 다니게 만들어 놓고 브랜드 상품을 판다. 새로 꾸며 놓아서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오고 간다.


걷다 보니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초콜릿 가게에서 여러 가지 멋있고 예쁜 디저트를 만들어 샘플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다. 맛있게 생겨서 한번 먹어본다. 맛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 꽃가게에 몇몇 사람들이 서있고 일하 는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다른 가게는 문을 닫고 있을 때 꽃가게만큼은 잘 버티었던 기억이 난다. 먹는 양식은 아니지만 위로받고, 받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일 것 같다. 꽃 가게 앞에는 고급 그릇 가게가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인지 조용하다. 누나 떡도 싸야 사 먹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금은방도 이것저것 세일을 한다는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연말이 다가오니까 하나라도 팔기 위해 바쁘고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싼값에 사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어차피 물건을 사려고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눈으로 구경만 하고 지나간다. 요즘 세상에 선물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내가 좋다고 산 것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각자 필요한 물건을 사는 세상이 되어 각자 취향에 맞는 물건을 사는 것을 원한다. 무엇이 유행하는지 모르고,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기에 돈으로 선물을 대신한다.


쇼핑 몰 입구에 있는 복권 장사도 바쁘다. 일확천금은 아니더라도 얼마 라도 당첨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행운을 산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들어온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라 학생들도 무더기로 걸어 다니고 쇼핑몰이 시끌시끌하다. 사람들이 물건를 사고팔며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약속대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걸어 나온다. 마땅한 것이 있으면 사고, 아무것도 안 사도 좋다. 이제는 버리고 비워야 할 나이를 기억해야 한다. 회색 하늘이 태양을 숨겨놓고 내놓지 않는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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