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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눈부신 삶

by Chong Sook Lee


잠시 봄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반갑다고

손을 흔드는 민들레와

노란 수선화가

세상을 환하게 밝힙니다


나무에 뚫린

네모난 구멍 안에

다람쥐 한 마리가

거리구경을 하며

나올까 말까 망설입니다


사람들은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고

반팔 반바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운동을 합니다


아직 추워서

겨울 코트를 벗지 못하는

나를 자꾸만 쳐다보고

나는 모른 체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손톱만 한 새싹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있고

눈곱만 한 꽃망울이

앞을 다투며 피어납니다


것 같지 않던 겨울은

서서히 물러가고

것 같지 않던

봄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던 세월이 가고

세상을 이해하는

세월이 내게 안깁니다


별것 아닌 것들이

한없이 소중해지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무엇을 차지하는 마음보다

비워내는 환희에 삽니다

나를 드러내기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습니다

봄 안에 겨울이 보이고

겨울 안에 봄이 보입니다


가져야 행복하던 날들과

앞장서야 기뻤던 시간들은

흐르는 강물 따라가고

내게 오는 나날을

기쁘게 끌어안으며 삽니다


봄을 찾아 나선 길에서

봄처럼 눈부신 삶을 만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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