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춤추는 세월
by
Chong Sook Lee
Mar 28. 2023
아래로
이웃에 온 봄과 놀며
봄맞이하느라
겨울이 간 줄 알았는데
집에 오니
겨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구 한쪽에는
꽃이 피고 지는데
이곳엔 눈이 내리고
하늘은
봄처럼 따스해도
바람은 아직
겨울을 품고 있습니다
남쪽 땅 양지바른 곳에
연초록 원추리가
눈부신
봄을 알리
며
강남 갔던 기러기떼
줄지어 날아오
는데
심심한 하늘은
하릴없이 눈발을 뿌려도
오는 봄은 막을 수 없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도
해는 중천에 서서
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자고
해는 길어지고
앞뜰 소나무 아래에
잠자던 토끼가
길게 기지개를 켭니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잔설 위에
뽀얀 먼지가 쌓여
하얗던 눈이 회색이 되
면
겨울은 어느 날
땅속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죽은 듯
이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앞뜰의
고목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바람 따라 흔들리고
봄이 오는 날
새 옷 입을 기쁨에
하늘을 향해 양쪽 팔을
힘차게 흔듭니다
아직 보이지 않아도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봄
먼저 봄이 온 곳은
봄이 떠날 채비를 하고
겨울이 머무는 곳에는
봄이 옵니다
계절은 공평하게
세상을 다닙니다
절
망은 희망을 가져오고
체념은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하고
세월은
길목에서
춤을 춥니다
(사진:이종숙)
keyword
시
세월
춤
87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Chong Sook Le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구독자
2,878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잠과 어둠은 별개의 것
봄처럼 눈부신 삶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