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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어둠은 별개의 것

by Chong Sook Lee


초저녁에

몸부림치도록

졸리더니

새벽이 되기가 무섭게

잠이 깬다


한번 깬 잠을

다시 자려고

눈을 감고

어둠을 외면하지만

잠은 이미 멀리 가고

어둠이 나를 외면하고

자리를 지킨다


잠이

버리고 간 밤은

고요와 침묵이다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은

별도 달도 졸고

가로등조차 깜박거린다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

삶이 조금 이해될 때

떠나간 잠을

붙잡지 않고

어둠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산다


어둠이 걷히면

밝은 대낮이 오고

초저녁에

잠이 쏟아지는 것은

니의 밤의 시작이다


어둠에 싸인 밤은

나의 아침이기에

잠을 기다리지 않는다


잠과 어둠은 별개의 것

이제 겨우 밤을 이해한다



(이미지 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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