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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기에 더 아름다운 인생

by Chong Sook Lee



자는 동안

꿈꾸느라고 바빴는데

깨고 나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다녔는지

다 잊어버려서

생각이 안 납니다


희미하게 몇 가지

생각날 뿐 잊어버린 꿈을

생각하려고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70고개를 넘어온 세월

알듯 모를 듯

사라져 버린 어제

사랑도

그리움도

어제에 묻힌 채 희미합니다


견디지 못할 것도 없고

죽을 만큼 힘들지도 않은

오늘에 기대어 사는 나날들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마음대로 오고 가는

세월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이

와야 할 때는

거침없이 옵니다

기쁜 일이 있기 위해

고통을 견뎌야 하고

슬픔을 이겨내야

마음속에 행복이 자리합니다


기다릴수록 멀어지고

원하는 것

한참을 돌아서 올지라도

올 것은 기어이 옵니다


가지고 싶은 것을 놓아줄 때

진정한 내 것은

돌아오는 것처럼

일흔 번의 고개를 넘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립니다


조금씩 다가오는 봄

잠시 머물고 가버리는

인생을 닮았습니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고

오늘의 나는 내일을 모릅니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웃음이

창공에 널리 널리 퍼집니다

꿈꾸듯 살아가는 인생

모르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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