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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의 합창
by
Chong Sook Lee
Apr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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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
멀리 강이 보인다.
지난 며칠 전만 해도
얼음이 둥둥 떠 다니던 강물은
얼음을 다 녹여내고
유유히 흘러간다.
싹이 나지 않은 숲은
아직 칙칙해 보이지만
완연한 봄 날씨다.
바람 한점 없는 숲길을
따라
강가로 다가간다
아직도 강기슭에는
두
꺼운 얼음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난데없는 새소리가 시끌시끌하다.
여느
때 같으면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을 때인데
갈매기들이 강을 점령하고 있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강기슭에 모여있다.
봄이 왔다고
봄맞이 파티라도
하는 것인지
수많은 갈매기가
바쁘게 오고 가며
서로의 존재를 알린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앉아 있거나 날아다닌다
물속을 들락거리며 헤엄을 치고
쫓아가서 사랑을 하
며
모두 모여서
신나게 합창을 한다
지난해 가을
많은 기러기들이
남쪽으로 떠나기 위해
모여있던 것은 보았는데
갈매기가
이렇게 모여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인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고 싶다.
말을
못 하는
갓난아기들이
울음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듯이
새들의 언어로
무언가를 소통하고 있다
하얗게
강에 나란히 앉아있는
갈매기들을
한동안 구경하고
오솔길을 계속해서 걷는다.
강물은 여전히 무심하게 흐르고
멀리서 헤엄을 치는 오리들이 보인다
갈매기들의 모임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그들만의 봄을 즐기는 오리들이
강에서 논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
고
존중하는 동물의 세계를 본다
눈이 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숲 속의 오솔길은 질퍽거린다
전나무가 울창해서인지
공기가 참으로 맑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신다
들이 마신 숨을 힘껏 내쉬며
온몸의 찌꺼기를
모두 다 내보낸다.
속이 뻥 뚫려 시원하다.
강을 보며 숲을 걸어가니
세상의 근심걱정이 다 없어진다
오직 나무와 강과 새들의
노랫소리가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되어 울려 퍼진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평화가 춤을 추는 이곳에서
자연과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세상만사 잊고 살면 된다
숲 속을
걸으며
선물 같은 갈매기들의
아름다운 합창을 들으며 가는 길에
행복이 넘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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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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