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인생살이...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

by Chong Sook Lee



비가 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몇몇 노인들이 창가에 앉아 가슴속에 담아놓았던 이야기를 한다.


글쎄.. 난 요즘 뭐 때문에 사는지 모르겠어.

날짜도, 요일도 무심하게 나날을 보내는 내가 참 한심해.

나이가 들면 더 똑똑해지고 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야.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조금 놀다가

배 고프면 점심 먹고 낮잠 자다 일어나서

텔레비전 보며 뉴스를 봐.

세상구경 조금 하다 보면 배가 고프고, 밥 먹고 앉아서 드라마 한 편 보면 잘 시간이야.

날짜는 알아서 뭐 하고 요일은 알 필요도 없어.

오는 세월 막지 않고 가는 세월 잡지 않고 그냥 살아. 가면 가나보다, 오면 오나 보다 하며 사는 동물이 되어가나 봐.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누워서 자고, 잠 안 오면 왔다 갔다 하는 강아지나 다름없어.

하릴없이 하루하루 살다 보면 10년, 20년도 금방 갈 것이고, 한번 왔으니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야.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왔는데 그것도 한때고 지나고 보니 다 부질없어. 사는 게 뭐라고 그렇게 살았나 싶어.

일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세상만사 뒤로 미루고 일만 하고 살다 보니 어느새 가야 할 길이 코 앞에 보여.

백 년도 못 사는데 어리석게 살아온 한평생이야.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한때인 줄 모르고 놀 때가 따로 있는 줄 알았어.

젊은이들 신나게 노는 것을 보면 저렇게 놀다가 언제 일하고 언제 돈 벌려고 저러나 싶은 생각에 걱정을 했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달라졌어.

놀아라, 실컷 놀아라, 마음껏 놀아라, 노는 것도 기운 없으면 못 논다. 하는 생각이 들어.

옛 노래 가사에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노래가 이해가 돼.

웃고, 놀고, 먹고, 일하며 살면 되는 걸 몰랐어. 자식이라고 다 키워 놓으니까 혼자 큰 줄 알고 온통 잔소리만 해. 매일 뭐가 그리 바쁘다고 전화 한 통 없고 뭐 물어볼까 봐 얼굴도 안 보여준다니까. 정말 치사해. 나도 젊었을 때 부모에게 그랬나 싶어.

하기야 요즘 사람 눈에는 늙은이가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이지. 그 흔한 컴퓨터하나 못해서 쩔쩔매고 사는 것이 한심해 보이겠지.

어디 여행이라도 가려면 하라는 것이 오죽 많아. 안 그래도 요즘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천지인데 거 해라, 저거 해라, 모르는 것 쫓아서 힘들게 하다 보면 진이 빠져서 어디 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고 가기 전에 지쳐버려.

어디 식당에라도 가보면 무슨 설명이 그리 많은지 이름도 이상하고 주문도 어려워 차라리 집에서 라면 끓여 먹는 게 편해.


하일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말은 누구 할 것 없이 거의 비슷하다. 그중에 한 사람은 건강이 안 좋아 남들이 하는 말만 듣고 가만히 앉아 있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 늙고 병들은 모습을 보니 가엾다기보다 한심하다. 돈 때문에, 일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돈도 쓰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만사가 다 귀찮다고 한다. 돈이면 다 해결되고 늙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세월이 가니 젊음도 가버려 늙고 초라한 모습만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답답하다. 돈은 있을 만큼 있는데 골골하며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 다니느라 바쁜 모습을 보니 인생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가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고 남은 길은 가는 길 밖에 없다고 푸념하는데 인간의 최후의 모습이 허망해 보인다. 부인은 부인대로 하고 싶은 것 하고 다니고 본인은 집안에서 세월만 까먹으며 산다고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가 살아온 날들이 눈에 보인다. 악착같이 사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욕심은 왜 그리 많은지 손에 꼭 쥐고 살던 사람이다. 계산에 밝아 손해 볼 일은 절대 하지 않고 남을 이용하는 데는 머리가 빨라 이용할 사람을 찾으면 열일 제치고 부려먹기 일쑤였던 사람이다. 평소에 주위에 써먹을 사람 있나 봐 두었다가 적절히 먹이고 꼼짝 못 하게 하며 평생을 부려먹으며 생색내는 사람인데 이젠 그것도 귀찮은 모양이다. 축 늘어진 어깨에 멀건 눈으로 지나간 세월이 후회스럽다고 말하는 그는 희망도, 미래도 없어 보인다. 지금도 늦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그는 소화가 안되어 잘 먹지도 못하고 기운이 없어 걷지도 잘 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먹고 자는일 밖에는 없단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데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무엇이고, 삶이 무엇이고,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답이 없는 인생이다. 남은 인생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답이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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