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익어가는 뜰

by Chong Sook Lee


고추꽃이 피면
고추가 열리고
오이꽃이 피면
오이가 열리고
가지꽃이 피면
가지가 열린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채소들
파가 까만 씨를 물고
텃밭을 지키고
봄이 오기 전부터
나오는 부추가
하얀 꽃을 피우며
갈 준비를 한다

개망초가 코스모스와
손잡고 하늘거리고
마가목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한나절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누워서
한가롭게 놀고 있다

노란 나비 한쌍이
금잔화에 앉아서
사랑을 나누고
철 모르는 참새들이

까르륵
사과나무를 오르내린다

지붕 위에
바람개비가
쉬지 않고 돌고
나무꼭대기에
까마귀 한 마리 앉아
세상을 내려다본다

세상이 어찌 돼도
상관하지 않고
저마다의
할 일을 하는 자연
바람은 오고 가고
햇살은
구름과 숨바꼭질을 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꽃사과가 탐스럽고
사과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토마토도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는 한가한 오후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눈시울이 괜히
뜨거워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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