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바람 같은 것

by Chong Sook Lee



여름이 떠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데 성질 급한 가을이 급하게 달려온다. 어느새 나뭇잎이 푸르름을 잃고 군데군데 단풍잎을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제 8 월 중순인데 벌써 가을이 온다고 하니 서글퍼진다. 해놓은 것도 없는데 세월이 자꾸만 간다. 엊그제 봄이 온다고 설레던 마음을 기억하는데 여름을 제치고 가을이 온다고 설친다.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푸르른 하늘이 보인다. 연일 이어지는 고국의 태풍소식을 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한다. 안 그래도 스카우트 잼버리로 뒤숭숭한데 엎친데 겹친 격으로 태풍'카눈'이 한국을 관통한다고 하니 모쪼록 얌전히 빠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만이 아니다. 세상 전체가 태풍과 홍수 그리고 산불로 난리가 났다.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 있는 관광지로 휴가를 가는데 기후문제로 문제가 심각하다. 언제 어디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고 갑자기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사람들은 어쩔 줄 모른다. 이번 태풍으로 인하여 육해공이 전부 마비가 되었다. 과학이 발달되어 미리미리 정보를 알아내고 사고를 미연에 대비를 한다 해도 하늘이 하는 일을 알 수 없다. 바람이 윙윙하는 소리를 내며 분다. 가을바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하게 분다. 숲 속에 있는 나무들이 바람 따라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나무들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어디서 온 바람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에는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분다. 어제 온 비로 계곡물이 콸콸 내려간다. 뭉게구름이 하늘을 감추며 숨바꼭질을 한다. 뜨겁던 여름의 열기는 어디로 갔는지 구름이 해를 가리면 춥다. 나무들은 조금씩 색이 변하고 풀들도 옆으로 눕고 싶어 한다. 한 철 멋지게 살았으니 가는 날을 위한 준비로 바쁘다. 비가 온 뒤라 모기가 없어지길 바랐는데 모기는 여전히 극성이다. 걸음을 뗄 때마다 풀숲에 숨어있던 모기들이 덤벼들어서 손으로 모기들을 쫓으며 앞으로 간다. 찬바람이 불면 없어질 모기들이 가기 전에 분투를 한다. 봄이 언제 오려나 기다리다 보면 여름이 오고 여름과 놀다 보니 가을이 온다. 매일이 같은 일상 속에서 지루하다 느낄사이 없이 바쁘다. 먹고 놀다 보니 세월도 덩달아 가는 데 이대로 놀기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일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노는 일요일을 기다렸는데 지금은 주말이 엄청 빨리 돌아온다. 날짜도 요일도 잊고 산다. 기다릴 주말도 연휴도 없이 매일이 주말이고 연휴인 셈이다. 정년퇴직을 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체육관으로 가서 시작한 퇴직생활이다. 수영을 하고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며 지내다가 코로나가 유행하여 체육관은 그만두었다. 그 뒤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숲을 찾아다니며 자연과 친하게 되었다. 매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을 찾아다니며 자연 속에 있는 삶을 깨닫게 된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최선을 다하고 가는 그들에게 많이 배운다. 무거운 땅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우고 함께 어울리며 열매를 맺고 떠나는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다. 숲에는 그냥 왔다 가는 것이 없다. 크고 작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연을 보면 존경스럽다. 바람은 바람의 일을 하고 비는 비 대로 맡은 바를 실천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를 괴롭히는 폭염과 폭우, 태풍과 홍수와 산불이 원망스럽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일을 하는 것 이리라. 온갖 욕심과 이기심과 자만심으로 가득 차서 걱정 근심을 끼고 사는 인간에게 경각심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해마다 찾아오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지만 대비하며 살 수밖에 없다. 자연은 자연의 할 일을 하고 인간은 인간의 할 일을 하며 함께 가는 것이 다. 숲을 걸으며 나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무들과 함께 춤을 추며 걷는다. 바람이 동쪽에서 불면 서쪽으로 눕고 남쪽에서 불면 북쪽으로 눕는 풀들과 손잡고 숲길을 걸어간다. 숲이 있어 행복한 하루가 간다. 삶은 어차피 바람 같은 것. 바람 따라 태어나고 바람처럼 살다가 바람 따라가는 것이다. 만남도 헤어짐도 바람의 장난이기에 바람처럼 살고 바람 되어 산다. 태풍 '카눈'이 어서 가기를 바란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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