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닮은 인생

by Chong Sook Lee


화창한 아침이다.

화창하다의 뜻에 맞게

맑고 온화한 날이다.

날씨가 궂으면

마음도 우울해지는데

날씨가 화창하니까

마음도 따스해진다.

안개 덮인 어제는 사라져 가고

햇살 고운 오늘이 왔다.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바람도 잔다.

새들은 여전히

걱정 없이 날아다니고

다람쥐는 나무를 오르내린다.

며칠 추운 날이 계속되어

들여다보지 않은 텃밭에 가본다.

어느새 텃밭이

여름을 보내며

다소곳하게 가을을 초대한다.

깻잎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고추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오이는 날이 추워서 인지

잘 자라지 못하고 오그리고 있다.

쑥갓이 꽃을 피우며

자리를 지킨다.

조생종 사과는 때가 다되어

여기저기 땅으로 떨어져

뒹굴어 다니고

만생종 사과는

새파랗게 나무에 매달려 있다.

사과꽃이 필 때

시샘바람이 심술을 부려서

꽃을 제대로 피지 못한 채

떨어져서

꽃과 벌이 만나지 못했으니

사과가 얼마 열리지 않았다.


너무나 더웠던 여름이 간다.

산불과 연기와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가면서

훼방을 놓은 한 해였다.

아직도 계속 타고 있고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에 한계를 본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자연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작은 텃밭도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달팽이가

극성을 피워 채소를 다 갉아먹어

속이 상했는데

올해는 다행히 달팽이는 없어졌다.

봄도 없이 여름이 된 이곳에

들이닥친 폭염과 가뭄에도

잘 자라는 텃밭 채소들이 고맙다.

며칠 전에는

교외에 사는 지인이

호박과 근대와 비트를

가져다주어

맛있게 먹었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나뭇잎이 단풍이 들고 있다.

이대로 가을이 오려나보다.

기쁨과 슬픔이 오가듯

계절이 오고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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