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오후의 독백

by Chong Sook Lee


밤새 내린 비로 세상이 온통 푸르다. 가을이 오다가 깜짝 놀라서 되돌아갈 것 같다. 시들하던 나뭇잎들이 비를 맞고 다시 청춘을 돌려받아 푸르게 흔들린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한몫 더 해주고 등을 곧게 펴고 날아가는 까치는 어딘가로 급하게 날아간다.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열대화가 되어 심하게 변하는 기온을 알 수가 없다. 며칠 동안 흐리던 날이 오늘은 화창하여 활력이 생기고 기분이 좋다. 사람의 기분은 날씨를 닮아 쉽게 변한다. 날씨가 좋다가 갑자기 흐리면서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다시 따뜻해지는 날씨의 변덕을 종잡을 수 없듯이 사람의 마음도 오락가락한다. 매일이 같은 날인데 마음은 순간순간 다르다. 좋다가 싫다가 미워하다 그리워한다. 가까워진 듯하면 멀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오해하며 헤어진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별것 아닌 것에 원망하고 후회한다.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순간을 참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세상에 대항한다. 영원한 것은 없는데 순간을 참지 못하고 안달한다. 시간은 언제나 변함없이 가는데 인간의 요사스러운 마음은 안절부절못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빨리 오지 않고 피하고 싶은 시간은 달려온다. 마음은 청춘인데 어느새 노인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몸이 아프면 더 아프지 않고 적당한 시기에 떠나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을 살아온 것처럼 죽음 또한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어간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나면 구름 속에 있던 태양이 허물을 벗고 나와 헝클어지고 젖은 세상을 말린다. 양지쪽에서 자라는 나무는 봄이 오기가 무섭게 새싹을 만들며 봄을 맞는다. 일찍 왔기에 가을도 일찍 맞아 단풍이 들고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 출생이 줄고 고령자가 많아지는 세상이다. 평생을 먹고살기 바쁘게 살며 쉬어야 할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일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 공부를 많이 한 젊은이들은 노동은 하기 어려워서 노동은 노인들 차지가 되었다. 집에서 노느니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일을 놓지 못하고 산다. 나 같은 경우는 정년퇴직을 할 때만 해도 몇 년은 충분히 일을 더 할 수 있었지만 과감히 퇴직을 결정했다. 사업하는 주위 사람들이 퇴직을 미루고 몇 년을 더 일하고 퇴직한 사람들이 많은데 후회를 한다. 65세라는 나이에 정년을 하는 이유는 노는 것도 기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년에 퇴직을 하지 못한 채 70세가 되면 기운도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하게 된다. 백세시대에 70대는 새로운 60대라고 말들 하지만 나이 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어 해야 할 때가 있고 그만둘 때가 있다. 과식하는 것보다 조금은 부족한 듯할 때 뱃속이 편하듯이 더 일할 수 있는 것 같을 때 그만해야 놀 기운이 있어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 나이 들어가는 노인들에게는 하루가 다르다. 아직은 이런저런 일을 하며 바쁘게 살지만 어느 날 만사가 귀찮아지는 날이 온다. 옛 노래에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하는 노래가 있다. 젊을 때 놀면 언제 돈 벌려고 젊어 놀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 했다. 이제 막상 노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노래 가사가 정답임을 깨닫는다. 노는 것도, 돈 버는 것도, 여행 다니는 것도, 젊은이들이 한다. 돈이 없어도 할 것 하며 살아야 한다. 젊을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고 일어나면 기운이 난다. 늙어서 기운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종일 구부리고 버는 돈은 젊은 사람들의 커피값이나 택시값 밖에 안된다. 어른들은 아까워서 못쓰는 돈을 젊은이들은 잘 쓴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외식을 하고, 철철이 유행에 맞는 옷과 구두를 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특권이다. 그들이 없으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벌고, 쓰고, 빚을 얻고 갚고 하며 세계가 돌아간다. 만약에 젊은이들이 없고 노인들만 있다면 세상은 멈추고 발전 없이 막을 내릴 것이다. 산불로 인해 대피를 하는데 요양원에 사는 노인들 대피시키는 일이 큰일이라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면 대단한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는데 앞으로 AI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돈을 벌기도 힘들어지고 남을 속이는 기술은 나날이 능란해진다. 세상이 좋아지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나이 들어가다 보면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다. 더 나이 들어가기 전에 많이 배우고 신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이 연구하고 공부하며 노력하면 앞서지는 못해도 따라는 갈 것이다.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했던 생각이 난다. 알게 모르게 날마다 손으로 가지고 논 덕분에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지고 논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힘들지 적응하다 보면 별것 아니다. 앞으로 세상은 더 발전하겠지만 노력하면 쉬운 세상이다. 겁먹지 말고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천리길도 갈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면 친절하신 유박사와 구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는 희망을 갖고 오늘을 살아보자.


(그림: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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