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이면 건강도 따라온다

by Chong Sook Lee



며칠 사이로 나무들이 기운이 하나도 없이 축 늘어져 있다. 마지막 남은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지만 바람이 불면 핑계김에 떨어져 눕는다. 한해를 사느라 힘들 만도 하다. 꽃샘바람을 이겨 내고 무서운 폭염과 태풍을 이겨내며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 해를 정리하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사람의 한평생을 보는 것 같다. 젊을 때 펄펄 날아다니며 지칠 줄 모르게 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이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세월이 흘렀다. 잊힐 것 같지 않은 순간들이 세월 따라 희미해져 간다. 먹고 자고 놀다 보니 집으로 갈 시간이 되어간다. 세월은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고 빨리도 가버린다. 돌아갈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세월이다. 구름이 하늘을 뿌옇게 덮고 해님을 하루종일 내놓지 않는다. 계절은 무심하게 오고 가는데 내가 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는데 몸은 가만히 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내일 못하면 그다음 날 하면 된다. 누가 쫓아오지도 않으니 경쟁할 것 없이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설거지는 세척기가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한 지 너무 오래다. 서서 왔다 갔다 하며 청소하고 힘들면 소파에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된다.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려면 몸부림을 치게 된다. 시간은 많아졌는데 왜 그런지 사람들은 바쁘다고 한다. 기계들이 넘쳐나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 기계 작동법만 배우면 뭐든지 하는 세상이다. 머리를 쓰고, 몸으로 때우고, 연구를 하며 살던 시대가 기계작동만 하면 된다. 아날로그 시대가 있었는지 조차 모른다. 돈 나와라 뚝딱 하는 요술지팡이 같은 카드가 있으니 걱정이 없다. 쓰고 갚고 또 쓰면 된다. 돈이 없으면 걱정이 앞섰는데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되는 세상이다. 인간은 같은데 세상이 달라져 생각이 다르다. 참는 것을 배우지 않고 살아서 화가 나면 생각대로 행동한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죽이고 찌르고 하는 묻지 마 사건이 증가한다. 죄를 짓고도 죄인 줄 모르고 벌 받기를 거부한다. 놀고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일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어간다. 일을 안 해도 먹고사는 사람은 많아지고 정부는 빚에 허덕여도 상관하지 않고 개인의 이득만 생각하는 시대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 보내다 보니 괜한 상념만 생긴다. 세상이 좋아졌는데 매일 나쁜 소식만 전해진다. 사기를 당하고 자살을 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주식으로 전 재산을 잃고…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잘 살아간다. 여행 다니고 맛집 찾아다니고 공연과 경기를 구경 다닌다. 페스티벌이 많아져서 쫓아다니기 바쁘다. 그런 것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걱정할 것 없이 되는대로 살면 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다 보면 해결책이 나온다. 재미없다고 인상 쓰면 될 일도 안된다. 하늘을 보고 웃고 땅을 보고 웃으면 된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한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힘든 날이 지나가면 편한 날이 온다. 몸은 냉정하다. 안 쓰면 도태된다. 몸을 쓰지 않고 사는 것이 결코 좋지만은 않다. 적당히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세탁기와 세척기가 있어 손목을 안 써서 좋지만 인간의 발에는 오장육부가 있고 손에는 뇌와 연결되는 기능이 있다. 몸이 편한 것만이 대수가 아니다. 아무리 고되고 피곤해도 잠 잘 자고 일어나면 개운했는데 지금은 몸이 편해서 인지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고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이 안 좋지만 인간의 몸은 움직이게 만들어져 있다.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쉬며 균형을 맞추면 건강은 따라온다. 환자가 많아지고 병이 많아지는 이유는 너무 편해서 인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진통제를 먹고 수술을 한다. 의료보험이 없을 때는 웬만한 병은 참고 견디고, 갑자기 아픈 급성 아니면 수술을 하지 않았다. 의료보험으로 정기진찰을 하고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조금만 아파도 의사를 보기 시작했다. 아픈데 의사를 보러 가지 않으면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병원은 환자들로 넘치게 되는 현실이 되었다. 인간의 몸은 아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회복하는 능력도 있는데 약으로 회복능력을 감소시키게 되었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것은 하며 살아야 한다. 설거지를 하며 마음에 낀 욕심도 닦아내고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으며 몸에 필요 없는 나쁜 지방도 닦아야겠다. 하루종일 숨어 있던 해가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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