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소망을 위한 날

by Chong Sook Lee


희망을 주던 봄은
가을이 되어
서운함을 줍니다
곱게 차려입은 단풍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가는 길을
막을 수 없습니다
축 늘어져 간신히
매달린 단풍들이
이제는
마지막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바람 따라
하나둘 떨어진 낙엽은
자꾸만 쌓여 갑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오후
무엇을 위해 왔는지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정녕 모른다며
살며시 속삭입니다
많고 많은 세월이
가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나를 데리고 갈지 모릅니다
속죄와 회개의
계절이 되어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고
감사와 사랑으로
용서와 이해를 구해봅니다
힘겨움을 참고 견디며
좋은 것을 보게 하고
슬픔을 끌어안으며
위로와 기쁨을 주고받는
나날이기를 바랍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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