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처럼... 그리움도 깊어간다

by Chong Sook Lee


아름다운 새털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저런 구름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기분에 따라 산다. 기분이 좋으면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하고, 기분이 나쁘면 만사가 귀찮고 불만스럽다. 아무런 일이 없어 심심해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다 보면 세상이 전부 내 것이 된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야 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되고 커피를 만들어 마셔도 되지만 인간은 분위기에 기분이 좌우된다. 멋진 장소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의 만남은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다.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만나서 지난 안부도 서로 물어가며 기뻐하고 서로를 위로하면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퇴직을 해서 시간이 많은 것 같아도 각자 삶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약속하는 게 쉽지 않다. 손주들을 봐야 하고 아이들이 오고 가기도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던 시절이 가고 이제는 아이들과 시간을 맞추게 된다. 살기 바쁜 아이들이 오랜만에 온다고 하면 만사 제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나고 보니 올 한 해는 바쁘게 지나갔다. 연말연시에 아이들이 왔다 가고 한바탕 몸살을 앓고 일어나서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만삭인 딸 산후조리를 위해 한 달간 딸네집에 갔다 오니 봄이었다. 남편 생일과 손주들 생일에 오고 가며 외손자 백일 때는 온 가족이 딸이 사는 빅토리아에 여행을 가서 백일잔치를 했다. 13명의 가족이 움직이는데 어떤 때는 식당 예약이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가족이 모두 모여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먹고 놀고 피곤하면 낮잠 자고 배고프면 나가서 사 먹으면 된다. 돈은 들지만 이럴 때 쓰려고 버는 돈이니 좋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왔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한다. 세상만사는 모든 것이 때가 있다고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면 다음에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 기회를 만들고 기회를 잡는 것이 우리 몫이다. 시간 생각하고 돈생각하고 미룬다면 기회는 가버리고 다시 오지 않는다. 백일잔치 여행을 마치고 7월 초에는 캘거리에 사는 손녀딸 생일을 축하해 주고 돌아왔다. 아이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인지 힘들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손주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시 큰아들이 우리 집에 와서 노는 사이 남편이 담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다. 건강하게 잘 넘어가던 남편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입원하고 시술까지 받고 퇴원했는데 나도 나름대로 힘들었는지 허리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그럭저럭 통증도 사라지고 아빠가 걱정스러운지 아이들이 자주 오게 되었는데 빅토리아에 사는 딸네 가족도 왔다. 오랜만에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니 온 가족이 아기와 시간을 보내고 아기의 재롱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내리사랑이라고 하는 말처럼 새로 태어난 손자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고 또 본다. 아이들이 오기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레고 기다려진다. 한번 오면 조용한 집이 잔치집으로 변한다. 집안 정리를 하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하고 아이들과 놀다 보면 주말은 후딱 지나간다. 아이들이 가고 난 집은 너무 조용하지만 남편과 나의 일상을 찾으며 사람들과 어울려서 산다. 가을이 간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도 저물어간다. 한 해 동안 바쁘게 사느라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식사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면 좋겠다. 알게 모르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아까운 세월을 그냥 보내기 너무 아쉽다. 남은 세월 동안 열심히 만나 웃고 이야기해도 몇 번 만나지 못한다. 지나고 나면 짧은 게 우리네 인생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세월을 보내기 아쉽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만들며 사람들과 만나면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더없이 좋은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 겨울이 오기 전에 이 가을을 맘껏 즐겨야 한다. 앞뜰에 있는 자작나무가 몇 개 안 되는 단풍잎을 매달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본다. 햇살을 받고 바람이 불어주는 대로 하늘거린다. 그중 어느 것이 먼저 떨어질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 잎새가 될지라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순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잎새는 잎새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낙엽은 낙엽끼리 함께 굴러가듯이 인간은 인간들 틈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살아간다. 저물어가는 가을날, 지난날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그들은 무엇을 하며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지만 그 아름답던 시절이 간혹 생각이 난다. 하늘을 덮은 구름을 따라가면 그리운 사람을 만날 것 같다. 새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날이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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