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by Chong Sook Lee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십니까?
자신에게 물어본다. 특별한 일없이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어떤 좋은 일을 기대하지 않고 오는 날을 맞고 가는 날을 보내며 산다. 눈이 다 녹아서 삭막한 겨울의 초췌한 모습이 보인다 했는데 하늘이 심심한지 눈을 뿌린다. 거리가 촉촉하게 젖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빨라진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밤새 일을 하고 집으로 가는지 출근을 하는지 앞만 보고 걸어간다.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를 끝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남은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어 그들과 어울려 산다. 겉으로 보기에 외로운 사람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매일을 산다.


앞뜰에서 까마귀와 까치가 같이 놀고 있다. 서로를 간섭하지도 않고 방해하지도 않는다. 각자 먹을 것을 찾아 먹고 할 일을 다하면 가야 할 길을 간다. 하나는 전나무 꼭대기로 가서 앉고 하나는 지붕꼭대기에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몇 년 전에 새끼 까마귀가 우리 집 앞뜰에 있는 소나무에서 잠시 살다 간 적이 있다. 까마귀는 덩치는 커도 태어나서 바로 날지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한다. 어미 까마귀가 무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소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던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밖을 보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끼 까마귀가 보인다. 이슬을 맞아 털이 젖은 듯해 보여 안쓰러운 생각이 들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해가 뜨면 어디선가 새끼를 보고 있던 어미 까마귀가 깍깍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가져다 입에 넣어 주면 맛있게 먹는다. 가만히 살펴보니 어미 까마귀는 전나무 꼭대기나 가로등 꼭대기에서 새끼를 지켜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까마귀 역시 부부가 같이 다니며 서로를 지켜보며 산다. 암놈이 가로등위에서 수놈을 부르면 영락없이 나타난다.


짖는 소리로 대화를 하고 가족끼리 돌아다니며 서로를 보호한다. 새끼 보호 본능이 강하여 새끼 옆에 지나갈라치면 옆으로 달려들고 갑자기 나타나서 겁을 주며 지나간다. 한두 번 많이 놀랐지만 그들의 생태를 알고 나서는 그러려니 하며 조용히 지나가면 그들도 가만있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짐승들도 해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에 몇 번 본 사람은 기억하는 것 같다. 새끼 까마귀가 걸음마를 배우려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지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할 때 가만히 옆에 가서 보려고 했더니 어딘가에서 새끼를 보고 있던 어미까마귀가 소리를 내며 수놈을 부르고 이리저리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치 나에게 달려들 듯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엄청 놀랐다. 그 뒤로 소나무아래에다 물도 가져다주고 먹을만한 음식도 주어 보았지만 먹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한 2주일 정도를 머무르면서 까마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평소에 안 좋은 인상을 가졌던 까마귀가 친해졌다.


새가 크고 색이 검어서 징그럽고 무섭지만 알고 보면 의리도 있고 원수도 갚고 은혜도 갚는다고 한다. 대화의 방식도 여러 가지 있고 사람처럼 위계질서가 있어 서로 끈끈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산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지나가는 까마귀가 그 새끼 까마귀가 아닌가 하여 자세히 보게 되지만 구별하기 쉽지 않다. 영화에서 죽음을 알리고 떼로 몰려다니며 나쁜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나누어 먹을 뿐이다. 며칠 전에 손주들과 산책을 하는데 난데없이 까마귀 떼가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소리 높여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분명 밥그릇 싸움일 것이다. 먹을 것 앞에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숲에 사는 까마귀들을 다 불러 모아 음식을 나누어 먹느라 그 난리를 치는 것이다.

한 번은 동네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살던 다람쥐가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지나가던 까치가 그 상황을 보고 갑자기 짖어대니까 온 동네 아니 옆 동네에 사는 까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마침 남편과 산책하던 중에 시끄러워서 보니 차에 친 다람쥐는 도로에 누워있고 몇 마리의 까치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


대장까치가 다람쥐옆에서 순서를 정해 한 마리씩 시식을 하고 수많은 까치들이 가지마다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다람쥐 한 마리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사는 그들에게 배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인간과는 다르다. 가져다 쌓을 곳이 없어서 인지 모르지만 배고플 때 먹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은 잊고 내일만 생각하며 사는 우리네들과는 다르다. 더 많이 쌓아놓고도 만족하지 않는 인간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늘을 소중히 여긴다. 있으면 나누고 없으면 같이 찾아 나서는 그들의 오늘은 행복하다.


내가 있고 친구가 있는 게 아니고 나와 친구가 함께 동행하며 산다. 나만 행복하기를 원치 않고 같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운동장을 걸어가는데 까치 한 마리가 잔디 위에 앉아서 무언가를 먹는다. 자세히 보니 빵조각이다. 한입 먹더니 친구를 부른다. 멀리서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하나는 음식을 지키고 다른 하나는 망을 본다. 하나둘 모여 앉아 빵을 먹는다. 하나 먹고 나면 다른 하나가 먹고 그다음에 또 다른 하나가 먹는다. 다 먹고 나서는 다시 있던 곳으로 날아가 제할 일을 한다. 저렇게 살면 좋을 텐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움켜쥐고 쌓아놓기를 좋아한다. 잠시 다녀가는 게 인생인데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