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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08. 2020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흘러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나무(그림:이종숙)



두 달이 다 돼간다. 우리의 인생은 말없이 흘러간다. 자주 만나던 사람들을 만난 지 오래되었고 아이들이나 손주들 조차도 만나지 못하고 생활한다. 처음 며칠은 금방 풀리겠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그것이 점점 생활화가 되어가지만  보고 싶고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은 새록새록 간절하다. 그래도 혹시 내가 세균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야 마땅한데 이런 생활이 오래가서 거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 사회에 착하면 참 이상할 것 같다. 멀리서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갈 것이다. 유리창을 가운데에 놓고 손을 대며 모 자식 간에 서로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니 말도 안 된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분단의 슬픈 역사처럼 이번의 코로나 19라는 원인모를 바이러스로 사랑하는 가족조차 만날 수 없고 죽어도 장례식 조차 참석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은 실로 슬픈 일이다.


봄이오니 이것저것 할 일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은 하루에 한 가지씩 열심히 봄청소를 끝나가는데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을 뿐 뒷짐만 지고 왔다 갔다 하며 세월만 보낸다. 5월이 왔다고 했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먹고 자고 노는 삶에 익숙해져 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아온 지 2개월이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사는 삶이 되면 어쩌지? "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설마 그렇게는 안 되겠지." 하며 자위를 한다.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살지만 그것 역시 가상의 만남일 뿐 현실성이 없다. 다 시시해져 간다. 매일이 같은 일상이고 나이만 먹고 해 놓은 것은 없다. 특별히 할 것이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은 결국엔 하루하루 바보가 되는 것인 것을 알면서도 그냥 산다. 숨 가쁘게 살아와서 그런지 그냥 이대로가 좋다. 어쩌면 사회적 거리가 완화되어도 나는 이대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기분좋은 튤립(사진:이종숙)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좋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넓히며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 안에서의 불협화음 또한 많이 생긴다. 친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오랫동안 인간관계를 맺어가면 좋지만 사람과의 관계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인간관계로 인하여 화를 내며, 화를 참으며  살다 보면 별의별 일로 여러 가지 일이 생긴다. 기분이 좋을 때는 평소에 화 낼 일도 그냥 넘어가는데 괴롭고 힘들 때는 조그만 일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그냥 넘겼던 일이 시간이 갈수록 새록새록 약이 오른다. 참고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화를 낸다.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다 보면 처음처럼 마냥 좋지는 않다. 좋을 때는 "간"까지 꺼내 줄 듯 하지만 시간이 가면 이해타산을 하게 된다. 마냥 퍼주고 싶은 마음도, 잘해주고 싶은 마음도 식어간다. 알고 나면 사람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


좋아하면 서로를 배려해야 하는데 한쪽의 희생만을 요구하게 되니 아무리 참을성이 많아도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말처럼 화가 나게 되어 있다. 한두 번 참다 보면 어느 날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안에 있던 화가 밖으로 나온다.세상에는 얌체족이 생각보다 많다. 얼굴색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남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뻔뻔하게 얌체짓을 한다. 죽는시늉하면서 남한테 붙어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기생충 같은 사람도 있고, 말로만 생색내며 실천은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 많이 있을 때 인심 좋은 척 하지만 말뿐인 사람도 많다. 지나가는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손 한번 들지도 않고 휙 지나가 버리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 물건을 사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있을 때 한 사람이 물건 하나를 들고 서서 기다리다 계산할 때 즈음에 같이 온 다른 한 사람이 물건 여러 개를 가져다 놓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그 사람 나름대로 시간 절약을 위한 방법이지만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물건 하나를 들고 서 있는 사람 뒤에 서 있던 사람은 약이 오른다.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보통 사람들은 한 두 마디씩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하며 서로의 의견이나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중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예의 없는 사람이 한 두 사람씩 끼어있다. 물론 얘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면 좋은 점도 있고 배울 점도 있지만 본인의 얘기만 하려 할 때 문제가 된다. 언성을 높이고 온 몸으로 이야기하며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기회를 안 줄 때 사람들은 서서히 싫증이 난다. 그래도 그중 누군가가 얘기를 하려 하면 당장에 주제를 바꾸며 다시 얘기의 주도권을 잡는다. 그렇게 함으로 자신만을 위한 자리를 만들 때 사람들은 화가 난다. 온갖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다.


앵두꽃이 만발했다.예뻐 죽겠다. (사진:이종숙)



이런저런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세상이니 “그럴 수도 있다.”라고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넘겨 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좋자고 웃어주면 벨도 없는 줄 알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친절하게 대해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사기를 치려고 다가온다. 무엇이 정도의 길인지 모를 세상이다. 때로 자신의 일로 속으로 화가 나 있을 때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화를 푸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무언가에 대한 불만이나 어떤 것에 대한 걱정, 아니면 현실에 대한 섭섭함이나 짜증으로 인하여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본인의 마음 상태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받아들인다. 세상은 변함없는데 마음이 평화로우면 세상이 아름다운 천국의 모습이 되고, 마음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


그처럼 “세상살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는 말처럼 화를 내게 하는 사람도 문제가 있지만 작은 일에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자중해야 할 문제이다. 화낸 사람은 이유가 있겠지만  당한 사람은 억울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 화를 참지 못해 생기는 크고 작은 사고가 얼마나 많은가? 화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살인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 세상이다. 화를 내면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참지 못한 화가 크게 번져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어릴 적 성격이 괄괄하고 속에 있는 말을 참지 못하던 나에게 “화가 나면 눈을 감고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라. 그러면 살인도 피할 수 있다.”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세상만사 화날 일이 많지만 “화를 참으면 그 화가 복이 되어 내게 오리라.” 생각하며 웬만하면 조금 약이 오르고 화가 나도 참으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되도록 많이 만나고 서로 정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인간의 최고 기쁨인데 전염병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안 만나고 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같이 만나서 웃고 떠들고 티격태격 싸우며 미워하다가도 그리움에 우는 것이 인간들의 본능이다. 사회적 거리로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말이 생겼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 하고는 상반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며 서로 소중함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움이 생기고 옆에 없어서 허전하여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기심으로 자신의 자존심만을 내세우지 않고 남이 잘되기를 바라고 남과 경쟁하지 않고 살아가는 평화로운 날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흘러간다.






나무의 파란 아파리가 바람에 흔들린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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