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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27. 2024

꽃처럼... 우리네 삶도 피고 진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면 죽을 날을 향해 간다. 언젠가는 죽을 줄 알면서도 살기 위해 바둥거린다. 어차피 죽을 텐데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죽을 때 죽더라도 죽는 것은 싫어한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누구도 가는 시간은 모른다. 중병에 걸리고 나이가 들었어도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좀처럼 쉽지 않고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란다. 아픈 사람은 하루라도 일찍 죽으면 고통스럽지 않아 좋을 것 같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산다.


죽는 것이 뻔한 기정사실이지만 죽음은 또 다른 세계이기에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싫다고 안 갈 수는 없어도 희망은 가질 수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아니고 어제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 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은 버릴 수 없다. 사람이 넋이 나갔다고 하는 말이 있다. 넋이 나가면 죽음이 임박했다는 말인데 그래도 눈을 감기 전까지는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넋이 다시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오래전,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넘어져서 고관절을 다쳐 수술을 하고 사경을 헤매던 생각이 난다. 연로하신 몸으로 수술을 했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계실 때, 여러 형제들이 번갈아 가며 간호를 했다. 우리는 멀리 살고 장사를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남편 혼자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갔다. 3주 동안 어머니 곁에서 시중을 들며 간호를 하는데 시어머니는 잠만 주무시고 계셨다.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어머니의 회복을 보지 못한 채 3주 만에 캐나다로 돌아왔다.


캐나다 사는 셋째 아들이 다녀간 줄도 모르시며 아들을 찾으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 회복하실 거라 생각하며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 어머니가 정신이 드시고 많이 회복되셨다고 시동생이 전화를 하여 시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어머니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고 정신도 좋아 말씀도 잘하셨다. 잘 들 지내고 건강하게 잘 살라고 말씀을 하셔서 어머니도 식사 잘하시고 빨리 회복하시고 캐나다에 또 한 번 놀러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알았다고 잘 살아라 하며 통화를 끝낸 뒤 3일 후에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우리는 소식을 전해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귀를 의심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살아계시던 어머니는 그렇게 떠나셨다. 남편이 갔던 것도 모르시던 어머니는 마지막 며칠 남겨놓고 가실 준비를 한 것 같다. 사람의 운명은 바람 같아서 언제 오고 언제 갈지 모른다. 건강하시어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시간은 그때까지였다. 우리 모두는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의 시간이 있다. 고생하며 살아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데 시간이 되면 아무리 좋아도 이승을 떠나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사는 인간들에게 기회만큼 위험도 따른다. 시시때때로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다. 오늘 아침에 본 따뜻한 뉴스하나가 생각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심정지로 길가에 쓰러져 누워있는 사람을 지나가던 소방대원 부부가 살린 이야기다. 지나가던 부부는 누워있는 사람이 쉬고 있나 보다 생각하며 지나치고 가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차를 돌려 그 자리에 와서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렸다. 남편이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부인이 119에 전화를 하고 7분 만에 도착한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살아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보고 박수를 쳐주었다.


한 사람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지킨 고마운 사람들이다. 살다 보면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죽고 싶은 생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런 희망은 보이지 않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착각에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다. 살다 보면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도 많은 감정싸움을 하게 된다. 2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근심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들의 관계로 괴로운 시간을 갖는다.


따지고 보면 돈이나 사람관계나 욕심을 버리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인데 인간이기에 쉽지 않다. 배신당하고 소외당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있는 이상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경쟁하고 시기 질투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본능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잘되는 사람들을 응원하기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질투를 하며 누군가를 원망하는데 마음을 비우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사람은 각자의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운명 속에 사라져 간다. 일찍 피고 빨리 지는 꽃이 있고, 해마다 홀로 피어나고 지는 꽃이 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저 나름대로 살다가 간다. 미워도 고와도 한 철 피었다 시드는 꽃들을 보면 사람의 삶도 다를 게 없음을 본다. 한평생 사노라면 누구에게나 전성기가 있다. 전성기가 오래 지속되는 사람도 있고 잠시 반짝했다가 사그라드는 사람도 있다. 전성기를 지나고 보면 그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마음대로 뜻대로 잘  풀린다고 교만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 잠시도 머물지 않는다. 기쁨은 슬픔을 안고, 실망과 절망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하루하루 욕심 없이 살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어릴 때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면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하면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아버지 말씀의 의미를 깨달으며 많은 유혹을 헤치고 살아온 날들이 이어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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