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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l 04. 2024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고요한 밤
지붕을 때리는
여름비가

밤새도록 내리고
시계소리는
침묵을 깬다

잠은 이미
나를 떠나 멀리 가고
나는 어두운 밤에
눈을 감고
나간 잠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한번 나간 잠은
돌아오지 않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일어나 불을 켜고
창밖을 본다

칠흑 같은 어둠에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오가는 이 없고
가로등은 허리를
곧게 펴고
동네를 밝힌다

심심해서
괜히 짖어대던
개들도
깊은 잠이 들어
동네는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지구가 된다

허탈과 유혹이
오가는 한밤중에
나간 잠이 돌아오기를
체념하고 외면한 채
하얀 밤을 밝힌다

어제의 나는 가고
오늘의
내가 태어나는
어둠 속에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는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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