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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보이는... 낡은 소파

by Chong Sook Lee


낡은 소파에는
삶이 보인다
쭈글거리고
찢어지고
파인 흔적을 보며
지난날들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마루에
멋진 가구를
들여놓고 싶어
시간 날 때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좋고 싸고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것을
찾아다닌 날들


엄청난 돈을 들
아름다운 색깔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며칠을 기다려
받은 소파 좋아

앉고 누우며

함께 살아온 세월


정이 들
편안함을
선사한 소파가
조금씩

하루가 다르게 늙어간다


비싼 값을 하느라
참고 견디는
모습이 보이는데
버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주름진 얼굴로

사람들이
앉아주기를 바라는
낡은 소파가
애처롭다


성형 수술을 해줘야 하나
주름 없는
새 옷을 입혀야 하나
쭈글거리고
껍질이 까진
가죽소파에
세월과
추억이 함께 물들어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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