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물건들이 있다. 물건을 만들고, 사고, 주고받으며, 쓰고 버리고 산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영원히 내 것인 것 같아도 결국 나를 떠난다. 새것을 쓰다 보면 헌것이 되고, 부서지고 낡으면 버려지고 재활용되어 다른 물건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다. 요즘 많은 물건들이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아주 훌륭한 제품도 있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좋은 아이디어 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만들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만들고 재활용을 하면 결국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 제품이 세상에 나와 획기적인 세상을 만든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나 썩지 않는 단점이 있어 지구를 덮는 문제가 생긴다. 플라스틱을 가루로 만들어 가구를 만들고 또 다른 형태의 살림도구를 만든다. 또한 여러 가지 재활용 제품으로 옷을 만들며 패션계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옷을 만들고 있다. 결국 그렇게 만든 제품의 마지막 정거장은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그렇다고 두 손 묶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량을 줄일 수는 있다.
재료도, 물건도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아끼며 쓸만한 것을 버리지는 않았다. 조심해서 쓰고 대대로 물려받고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데 지금은 쉽게 사고 쉽게 버리며 산다. 예뻐 보이고 좋아 보여서 생각 없이 사고, 싫증 나면 쉽게 버린다. 많아야 좋던 시절이 지나고, 없애고 버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물건은 쌓이고 팔리고 사고 버린다. 교복을 입고 유니폼을 입으면 여러 개의 옷이 필요 없지만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디자인으로 물건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안 사고 안 입을 수는 없다. 옛날 유행한 옷도 세월 따라 나이 들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장소와 직업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생활하기에 패션계는 여전히 많은 옷을 만들어 낸다. 그릇이나 생활용품 역시 나날이 발달하여 새로운 제품을 보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사고 쓰다 버리고 를 반복할 때마다 세상은 쓰레기통으로 변한다.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보내지는 물건들이 넘쳐나서 강으로 산으로 버려지고 있다.
자연은 훼손되고 인간은 달을 향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인간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살고 있다. 세탁기나 세척기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되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 좋아지는 세상에 편하게 살면 할 일이 없어지고, 인내심도 없어진다. 마음에 안 들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범죄가 범람하고 사건은 끊이지 않는 무서운 사회가 된다. 화가 날 때 속으로 열을 세면 살인도 막을 수 있다 는 옛말이 있다. 순간을 참으면 세상에 참지 못할 것이 없다고도 한다.
하고 싶고, 가고 싶은 마음을 돌리면 많은 유혹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지금 시대는 빚이 많은 세상이다.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세상이다.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순간을 참지 못해 원하는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다. 세상살이 거기서 거기인데 남들에게 뒤질세라 앞서가려다 보면 넘어지고, 엎어지고, 쓰러지게 된다. 욕심은 욕심을 낳고, 질투는 질투를 낳는다고 한다. 경쟁도 좋고 발전도 좋지만 지나치면 자신에게 화가 돌아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야 할 시간을 알고, 멈추어야 할 시간을 알아야 하는데 어렵지만 절제하며 노력하다 보면 안 되는 것이 없다. 짧은 인생 한번 살지 두 번 사냐는 말도 있고, 젊음이 두 번 오는 것도 아니지만 한번 잘못 들인 발길이 진흙밭인지, 모래밭 인지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늘고 길게 보다 굵고 짧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인생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멋진 인생을 살고 싶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기도 하다.
오늘 숨 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보면 마음도 가벼워지고 욕심도 버려진다. 날마다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비가 오고 바람 불고 구름 낀 날이 많기에 쨍하고 해 뜰날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세월이 가고 나이도 들고 철도 들어간다. 오늘이 최고 좋은 날이고,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불평도, 불만도 없어진다. 아침에 날이 흐려서 오늘은 집에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침을 먹는데 하늘을 덮은 구름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맑은 해가 얼굴을 내민다.
집에서 있겠다는 마음을 뒤로하고 산책을 나간다. 나무들은 여전히 숲을 지키고, 다람쥐는 바쁘게 나무를 오르내리며 논다. 열매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극성스럽던 모기들은 잠잠하다. 철이 바뀌고 자연은 계절에 순응하며 고개를 숙이며 감사한다. 사람이 늙으면 목에 힘이 빠지고 어깨가 굽어지는 것도 하나의 순응하는 방법이다. 최소한의 것을 듣고 보고 먹으며 인간의 몸은 인생의 겨울을 준비한다. 넘치는 물건은 풍요를 주고, 절제하는 마음은 평화를 가져오고, 멀쩡한 물건들은 지구를 덮으며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물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단출하게 사는 삶이 부럽다.사과가 빨갛게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