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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속삭임

by Chong Sook Lee


가을은 내게 속삭인다

제일 먼저 피기를 바라던

욕심을 버리고

가장 아름답기를 바라던

오만도 접으라 한다


짧아져가는

햇살조차 감사하며

고통의 문턱에서도 기뻐하고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보다

있는 그대로 두 팔 벌려

사랑을 끌어안는

모습을 닮으라 한다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저마다의 모습으로

보이는 그대로의

색깔을 어루만지며

먼저 가고

나중 가는 이별로

삭아가는 영혼의 아픔을

이야기하라 한다


못다 한 사랑의 미련보다

못다 준 정이 아쉬워

조금씩 고개 숙이고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한 번쯤 비틀거려도 좋으니

쉬었다 가라 한다


지나온 날들의 아픈 추억을

조용히 쓰다듬으며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회를 기약하는 가을품에

뜨거운 정렬의 꿈이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의 속삭임을 들으라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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