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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햇살... 눈부신 계절

by Chong Sook Lee


눈부시다 못해
찬란한 햇살이
의자에 앉아 있는
나의 어깨에
살며시 다가와 놀자고 합니다

부드러운 바람에
어깨춤을 추는
나뭇잎들은
고운 햇살에 간지러운 듯
얼굴을 내밀고
싱그럽게 반짝입니다

꽃을 피우던 자리에
열매를 맺고
수줍은 듯
발갛게 익어가고
고추잠자리
정겹게 날아다니는
늦여름 오후

마지막 남은 여름 바람에
호박과 오이가
누렇게 늙어가고
하얀 고추꽃 핀 자리에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자라는 텃밭

계절이 오고 가
사랑을 주고받으며
인정이 익어가고
설익은 사과도
덩달아 익어가는 계절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어중간한 계절의 문턱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는 여름이 서운해도
새 가을을 맞는
설렘으로
가슴이 뜁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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