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말하고 두 발로 걸으며 사지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오장육부는 잠시도 쉬지 않고 한 치의 오차 없이 계속 움직인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있음에도 의식하지 못하여 병이 깊어진 뒤에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고 치아가 안 좋으면 치과를 가고 배가 안 좋으면 내과를 가고 어디가 부러지면 외과를 가면 되는데 알지 못하는 병도 많다 정밀검사를 받고 전문의를 통해 모르는 병을 알아내고 치료를 하더라도 오래된 질병은 시간이 걸리고 고치기 힘들다 약과 몸이 잘 맞아서 완치가 되고 또 다른 후유증으로 다른 병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알 수 없고 알아도 쉽게 고치지 못한다 나으려니 하고 괜찮아 질거라 하며 헛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중에는 병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고 악성이라서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는 의료보험이 없어 웬만한 병은 고칠 엄두도 못해서 병원에 가지 못한 채 앓다가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요즘에는 의료보험 혜택으로 웬만하면 병원에 가서 병을 고친다 의사들의 진료거부가 계속되어 불안한 상황인데 사람의 마음이 열리기 힘들다 서로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아픈 사람은 불안에 떨어야 하는 지경에 까지 왔지만 누구 하나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람의 목숨이 오고 가는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를 보지 못하고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그냥 맥없이 죽어간다는 것은 기가 막히다 못해 할 말이 없다 인간을 위한 삶인데 인간이 대접을 받지 못 받고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사회 완벽한 인간의 몸은 작은 이상으로도 생사를 오가는데 서로의 뜻을 굽히지 않아 살얼음판 위에 사는 환자들이 갈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가정의를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어딘가 많이 아파서 응급실에 가면 대여섯 시간 기다리는 상황에 없던 병도 생길 판이라 집에서 병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응급실은 급한 환자를 먼저 본다 다쳐서 피가 나거나 호흡이 불안하고 심장병이나 뇌출혈 같은 환자들을 먼저 보고 보이지 않는 내과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은 막연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몸안에서의 긴박한 상황도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인이 배가 아파서 가정의 한테 갔는데 맹장인 것 같으니 응급실에 가라고 해서
응급실로 가서 접수를 했다. 자세한 설명을 하고 기다리는데 호명하지 않아 고통을 참고 기다리기를 24시간이 지나자 맹장이 터지고 간신히 입원하고 수술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 병원을 가고 치료를 받는 것인데 의사보고 치료받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여름에 남편이 갑자기 눈에 이상이 생겼다 오른쪽 눈이 굴곡이 심해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긴급으로 안과의사를 보고 바로 전문의한테 가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주사를 맞는 것은 알지만 눈동자에 주사를 맞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노인성 질환이라고 하지만 병명은 황반변성이라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말을 하여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눈동자에
주사 맞기를 세 번째가 돼서야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안심을 했다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며 움직이고 살아도 나이가 들면
힘들어지는데 어딘가라도 아프면
정말로 큰일이다 의사가 모든 질병을 고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의사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의사 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의료보험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자유자재로 치료를 받는 세상인데 이제는
의사와 정부의 뜻이 맞지 않아 환자는 갈 곳이 없어진다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아프면 의사 없이 진찰받고 치료를 받을 날이 온다고 한다 말로 표현하고,
상처를 보여주고, 의사의 손을 통해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는 일은 옛날이야기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세상은 한없이 발전하여 살기도 좋아졌는데 여전히 인간은 힘들어한다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삶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