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퍼지는... 싱그러운 오후

by Chong Sook Lee



마른 이파리
파르르 떨며
헐벗은 나뭇가지를
힘겹게 지키고 있는 오후
떨어질 기운조차
없는지
바람 따라 흔들거린다

먼저 떨어진
낙엽들은
이미 멀리 가버리고
몇 개 남은

낡은 이파리끼리
지난날들의
찬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부드러운
연두색 이파리가
눈부신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봄날
눈같이 하얀 꽃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던 순간들

곱게 물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가을날의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은
가슴속에 묻는다

지나가던 참새 한 마리
가지에 앉아
꼭꼭 찍어 보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른 이파리
살며시 떨어진다

다 버리고
다 비어버린 나뭇가지가
두 팔 벌려
서로를
감싸 안으며
서로를 의지하는
파란 하늘아래에
싱그러운 그리움이 퍼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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