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힘은 대단하다. 수천 수백만 년의 세월이 하루에서 시작되고 이어진다. 좋은 하루, 시시한 하루 할 것 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세월은 흐른다. 새로운 하루가 오고 가며 세월이 쌓인다. 벌써 6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특별히 해놓은 일도 없이 보낸 나날이지만 세월은 잘도 간다.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살지만 평범한 날이 바로 특별한 날이다.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세상은 사건 사고가 잇달아 일어난다.
평화를 원하는데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하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전쟁을 한다.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쉬운 것 같아도 매우 어려운 인간들의 과제다.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면 타인의 의견도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의견이 다름을 인정하면 간단한데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고 단정하며 충돌이 생긴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복잡하다. 좋을 때는 세상을 줄 듯이 가까웠다가 돌아서면 상대 죽이기에 온 힘을 쓴다.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없는 말을 만들며 상대를 모욕하고 인정사정없이 공격한다. 차라리 서로 만나지 말고 서로를 알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처참한 상황이 된다. 복수를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며 상대를 잔인하게 없애려고 하며 살아간다. 어차피 한번 갈라진 관계인데 끝까지 쫓아가 작살을 낸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념과 사상 때문에 죽어가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루는 세상이다. 뉴스를 보면 지옥 같은 세상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무섭다. 뉴스는 이미 일어난 일을 알리는 것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때문에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안 보면 궁금하고 보면 답답한 것이 뉴스다. 옛날 같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많은 것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살기 위해 많은 기계를 만들지만 인간의 삶은 점점 복잡해진다. 인간이 만든 여러 가지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삶이 더 좋아진다고 하지만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우리가 만지고 노는 모든 기계에 아이디가 입력되어 개개인의 정보가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떠다니게 된다. 세상에 믿을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알고 보면 단순한 삶에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많이 소유하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았지만 세월이 가고 시대가 변화되며 미니멀 라이프를 선호한다. 새로운 물건들을 사서 쓰면 처음 몇 번은 좋지만 쓰다 보면 더 좋은 물건이 나와 얼마 쓰지도 못하고 바꾸게 된다. 견고한 물건이 좋기는 하지만 고장이 나지 않아 공장이 문을 닫는 사례가 많아지니 사람들이 약아지고 질도 떨어진다.
어제는 바람이 엄청 불더니 오늘은 고요하다. 비는 오지 않고 구름이 잔뜩 껴있고, 산불로 인한 연기가 심해 외출하면 목이 칼칼하다. 겨울에는 춥고 눈이 많이 쌓여서 불편하고, 봄에는 계절성 알레르기 때문에 나가기가 두려웠는데 요즘은 바람 타고 오는 연기가 심하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면 좋겠다. 봄내 비 같은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아서 가물어 잔디가 누렇다. 비가 와야 산불도 꺼지고 텃밭 야채들도 잘 자랄 텐데 언제 비가 올지 누런 잔디를 보고 하늘을 본다.
텃밭에 있는 채소들이 목말라하는 것 같아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어서 인지 그런대로 잘 자란다. 오이 모종이 비실비실하여 걱정을 했는데 잘 견디고 살아나서 꽃을 피우며 제법 많이 컸다. 고추는 뜸을 들이고 있지만 꽃이 한 개, 두 개 피는 것을 보면 잘 자랄 것 같다. 지난겨울에 단호박을 먹고 씨를 말려서 텃밭에 심었더니 떡잎이 하나 둘 나와 자라기 시작한다. 토마토도 꽃을 피우며 잘 자라고 이런저런 꽃들도 피고 지는 것을 보니 봄이 왔다 가긴 했나 보다.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텃밭에 있는 채소들이 좋아할 것 같다. 아무것도 심지 않으면 걱정도 없을 텐데 이것저것 심어 놓고 걱정을 하며 산다. 작은 싹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예쁘고 신기해서 해마다 걱정을 사서 한다. 하루하루 사는 게 죽으러 가는 것인지 모르고 세월이 빠르다고 투정을 한다. 몰라보게 자라는 손주들을 보면서 내가 저만큼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는 세월 막지 못하고 가는 세월 잡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침이면 저녁이 되고, 한숨 자고 나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 무언가라도 뚜렷하게 해 놓고 살다가 가야 하는데 시간만 보내서 걱정이다. 남들은 열심히 무언가를 하며 잘 살고 있는데 나는 건성건성 산다. 인간에게 주어진 수십 년이라는 세월은 잘 준비하라는 시간인데 게으름만 피고 산다. 하루라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인데 뭐라도 해야겠다. 여름 같은 여름이 아니라도 텃밭에 있는 채소들은 열심히 자란다. 가서 풀도 뽑고 물도 줘야겠다. 야채들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는데 사랑이라도 고백해야겠다.
지구 한쪽에서는 자연재해로 생사가 오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무고한 국민들이 죽어간다. 그나마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인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비극이 이어지는 현실에 하루하루 잘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정답이 없는 인생살이에 더 이상의 억울하고 처참한 희생양이 없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