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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어... 날아가고픈 날
by
Chong Sook Lee
Jul 4. 2020
숨 가쁘게 달리던 세월이 가고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랑했던 날들이
오늘을 내게 주고 갔다.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른 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다.
할 것도 없지만
아무런 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메시지를 읽었다.
사진: 이종숙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시면서
엄마의 안부를 전해 주시던 자매님이
건강이 안 좋아
퇴사를 하셨다고 카톡이 왔다.
지난 2년 동안 틈틈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음으로 의지하고 행복했는데
막상 그만두셨다는 소식에
온몸에 기운이 쪽 빠져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
사진:이종숙
코로나 19 때문에 지난 100여 일 동안
형제들도 가뵙지 못하였는데
다행히 그분의 배려로
엄마의 소식을 종종 전해 들었다.
갑자기 엄마가 그리울 때나 궁금할 때
안부를 물으며 의지하며 살아왔다.
오히려 가보지 못하는 형제들보다
더 많이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이젠 누구를 의지하며 살지 막연하다.
가슴이 멍해진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다가
낭떠러지로 뚝 떨어진 느낌이다.
사진: 이종숙
멀리 하늘을 바라본다.
새 한 마리가 어딘가 급하게 날아간다.
새라도 되어 날아가고 싶다.
마음은 어느새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
먼 옛날 이민 초기에
죽으면 새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나는 지금 새가 되고 싶다.
새가 되어 엄마에게 날아가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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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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