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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
by
Chong Sook Lee
Sep 10. 2020
(사진:이종숙)
여름이
서서히 가을을 데려다 놓고
자리바꿈을 한다.
간다는 소리 없이 그냥 그렇게
가버린 여름이 야속하지만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나 혼자 기약해 본다.
언제나 계절은
인사도 없이
왔다가
갈 때도 슬그머니
가버리는 야속한 존재다.
봄은 언제 왔는지
봄이 왔나 하면 여름이고
봄이 왔다 갔는지 모르고
여름을 맞는다.
말없이 함께하던 여름은
슬며시 가을을 앉혀놓고
뒤도 안 보고 쌀쌀하게 떠난다.
높고 파란 하늘 아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가을은
겨울을 데려다 놓고
어느 날 하얀 눈을 덮고
깊은 잠이 든다.
겨울은 세상을 차지하고
오는 봄도 못 오게 하며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제발 가달라고 사정을 해도
가지 않고 꽃샘바람을 불러 놓고
골목길 어딘가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다.
꽃샘바람은 시샘이 많아
이것저것 방해를 한다.
꽃도 피지 못하게 하고
잎사귀도
멈추게 하며
골목 어귀에 이미 와버린 봄에
고약한 심술을 부린다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계절이
서로 자리를 주고받으며
세월이 간다
가려고 해도 가지 못하는 삶에
서리처럼 그리움이 하얗게 내린다
오지 못하고
차마 가지 못하며
뒤돌아 보다가 마지못해 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이 오고 갈 때마다
보내야 하는 서운함으로
새로 만난 기쁨으로 가슴이 뛴다
여름이 떠난 뜰에
가을이 앉아서 날 보고 있다
오색 찬란한 모습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한 해 동안 미루다 하지 못한
깊은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떠날 때는 말없이 가더라도
있는 동안
뜨겁게 사랑하자 한다
아픔마저 함께하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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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계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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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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