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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06. 2020

품위 있는... 뚝배기 라면



(사진:이종숙)




오랜만에 라면이 먹고 싶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나오는 라면


배가 많이 불러도
맛있어 보이는 라면


남이 먹는 것을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라면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고
어디든지 데리고 가고싶은 라면


매일 먹어도 좋고
어쩌다 먹어도 좋은 라면


비가 와도 생각나고
눈이 와도 생각나는 라면


감기에도 좋고
숙취에도 좋은 라면이다


시간 없을 때도 좋고
반찬 없을 때도 좋은 라면


밥맛 없을 때도 좋고
기운 없을 때도 좋은 라면


냄비에 끓여도 맛있고
뚝배기에 끓이면 더 맛있고
품위가 있다


오늘은 뚝배기에
품위 있는 라면을 끓여야겠다.





뚝배기에 물을 넣고

라면을 넣어 끓인다.

성질이 급한 나는

물이 꿇을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라면과 수프를

한꺼번에 넣고 끓인다


물과 라면과 수프가

한꺼번에 뚝배기에서

춤을 춘다

이제 젓가락으로

라면을 휘리릭 저어주고

양파를 넣어준다


신나게 끓으며

알맞게 익어가는 라면이

차분해질 때

불을 끄고

계란을 넣고

송송 썰은 파를 계란 옆에

예쁘게 올려놓으면

품위 있는 뚝배기 라면이 된다




품위 있는

뚝배기 라면을 먹으면 

이상하게

외로움도 괴로움도 없어지고

기쁘고 행복하다.


라면을 끓이는 용기에 따라
낭만 있어 보이기도 하고
삶에 지쳐 피곤해 보인다


그러나
뚝배기 라면은
고상하고 우아해 보여서 좋다

이유 없이 나를 위로해주는
뚝배기 라면이 그래서 좋다


오늘 나는

고향의 맛이 나는

품위 있는 뚝배기 라면을 먹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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