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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다... 하루빨리 가세요
by
Chong Sook Lee
Nov 9. 2020
(사진:이종숙)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해마다 이맘때 오시는 것을 알지만
이리도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온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 많은 식솔을 데리고
올 줄 몰랐습니다.
조금씩 오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어쩌라고 한꺼번에 오셨습니까
온다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면 얼마나 좋습니다
언제라도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지 않을 것처럼 내숭 떨더니
이렇게 갑자기 남들 다 잘 때와서
세상을 덮어버리면 어쩌란 말입니까
사람 사는데 준비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만도 한데 무작정 이렇게 오면
난 어쩌란 말입니까
(사진:이종숙)
이제 왔으니 할 수 없이
같이 살겠습니다
안 오면 좋지만
어차피 왔다가야 하기에
어쩌겠습니까
싫다고 다시 보낼 수도 없고
가라고 해도 금방 갈 것도 아니니
있고 싶은 대로 있다 가십시오
일단 왔으니까 함께 살아봅시다
급하게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편하게 쉬었다 가십시오
오기 바빠서
내 생각까지 할 수는 없었겠지만
천천히 왔으면 서로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세상은 정말 예쁩니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리니
더러운 것들이 모두 가려지고
세상이 깨끗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에 하얀 모자를 씌워주며
예쁘게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기왕 왔으니 기분 좋게 있다가
하루빨리 가기를 바랍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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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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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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