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여행은... 코로나도 막지 못한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코로나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 현실이지만 추억의 여행을 떠나는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1월 7일, 작년 오늘은 멕시코 여행을 가고 있는 중이었다. 가기 이틀 전에 여행 짐을 싸며 준비를 하는 과정에 엉뚱한 일이 생겼다. 젊을 때는 준비 없이도 많은 일을 척척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를 하게 됐다. 하나하나 준비를 하는데 은행에서 찾아다 놓은 미국 달라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돈 때문에 정신없던 하루가 생각난다. 눈 덮인 밖을 바라보며 나의 생각은 작년으로 돌아가 돈을 찾지 못해 황당하던 날과 멕시코에 간 날을 기억하며 추억의 여행을 떠나본다.



이틀 뒤면 멕시코로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 준비래야 특별히 할 것은 없다. 페소(멕시코 화폐)를 바꾸는 것보다 미화가 편할 것 같아 달라를 은행에서 바꾸어다 놓았다. 골프 패키지여행이라 선물을 많이 살 것이 아니라면 큰돈은 필요 없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서 주는 팁과 방을 청소할 때 주는 팁만 준비하면 된다. 평소에 돈 관리는 내가 하는데 이번에는 찾아온 돈을 남편보고 잘 두라고 했다. 남편이 서류나 영수증을 두는 곳에 두었다길래 그런 줄 믿고 있었다. 이틀 후면 떠난다. 이제 남편은 가방도 싸고 돈도 지갑에 넣어야 한다. 그런데 있어야 할 돈이 없다. 아무리 찾아보고 이것저것 들쳐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남편과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때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생각을 해 보았다. 남편은 그곳에 두겠다고 했고 나는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돈의 행방을 알 수 없으니 당혹스럽다.


내게 치매가 온 것이지 아니면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머릿속이 하얗다. 서류를 일일이 들추어 보고 털어보고 주변에 있는 물건 밑에 혹시 들어가지 않았나 해서 여기저기 찾아봐도 안 보인다. 어디에 잘 두었을 거라는 남편의 말이지만 전혀 기억에 없다. 이제는 찾는 것보다 은행에 가서 다시 바꾸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내일 오후에 은행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전에 변호사와 약속이 있고 또 곧바로 장례식이 있으니 끝나는 대로 곧바로 은행에 가기로 했다. 집에 있어야 할 돈이 없으니 저금 한 셈 치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으니 황당한 마음이 조금은 덜 해졌지만 왠지 미련이 남아서 저녁식사 후 다시 한번 들쳐 보았다. 아까는 안보이던 봉투가 가느다란 상자 옆에 삐죽이 나와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하도 반가워서 빼어보니 그토록 찾던 돈봉투였다.


그런데 나는 누런색 봉투를 찾았는데 정작 돈 봉투는 하늘색이었다. 어찌하여 내가 그런 착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늦게나마 돈봉투를 찾았으니 다행이었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멕시코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바쁜 아이들이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이 미안해서 친구와 번갈아 가며 하기로 했다. 지난번 친구가 미국에 갈 때는 우리가 데려다주었는데 이번에는 그 친구가 우리를 데려다주는 차례다. 친구가 여행을 갔을 때는 겨울이지만 그런대로 눈도 별로 안 오고 그리 춥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오는 날부터 눈이 많이 오고 날씨도 영하 20도로 내려가면서 한 겨울이 되었다. 이곳의 규정은 눈이 오면 48시간 이내에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눈을 치지 않으면 아무도 집에 없는 것으로 보여 도둑이 들기 십상이다.



(사진:이종숙)


그래서 여행을 갈 때는 만일을 대비해서 옆집이나 친구에게 부탁을 하고 가는 것이 이곳의 상황이다. 친구가 우리 대신에 추운 날씨에 눈을 치울 생각을 하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비행기를 탔다. 멕시코는 영상 28도의 뜨거운 날씨다. 그래도 겨울이기 때문에 그 정도이지 한여름에는 영상 42도까지 올라가는 살인적인 날씨다. 우리가 추운 나라에 살다 보니 피부 또한 변했다. 추위에 강해지고 더위에는 약해져서 웬만한 추위는 견디지만 조금만 더워도 쩔쩔매게 된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절차를 밟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뜨겁다. 반소매를 입은 팔뚝이 델 듯이 뜨겁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milvart emotions hotel로 향한다. 거리는 평화롭다. 말로만 듣던 살벌한 멕시코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도시의 모습이다. 가다 보니 기아자동차 딜러가 보인다.


조촐한 빌딩에서 국산 자동차가 팔리고 있음에 자부심이 생긴다. 1980년 초에 이민을 온 나로서는 이런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때 까지만 해도 한국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한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멕시코 거리는 가난했던 그때 한국의 모습이다. 야자수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도로에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뿐 차들만 다니고 있다. 선입견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매사를 의심하게 된다. 리조트를 나간 사람이 죽었다던가 신장을 빼간다 거나 눈을 빼간다는 소문을 들었던 사람들은 아주 무서운 나라로 치부해 버린다. 어느 나라건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몇 번의 사고로 그 나라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경향 때문에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에 도착하여 방을 배당받고 열쇠를 받아 짐을 내려놓고 바닷가를 향한다. 바다는 온몸으로 우리를 환영한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는 모래사장에 온몸을 던진다. 어디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는 지금 불경기로 몸살을 앓는데 그야말로 호경기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한겨울에 이곳에 와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해변가를 걸으며 파도를 타며 수상스키와 보트를 타기도 하고 비취 의자에 앉아서 선텐을 즐기기도 하는 모습은 지상천국이다. 앞으로 1주일간 머무를 이곳에 항해를 시작했고 바다와 춤과 낭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보지 않은 곳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일주일이지만 겨울을 잊고 여름을 살던 때가 그리워진다. 겨울이 길어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곳에 가서 겨울을 내거나 며칠 동안 여행을 다녀오곤 하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없으니 추억여행으로 멕시코를 다녀 보니 마음은 어느새 그곳에 있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고 싶은 곳을 가며 살고 싶다.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빨리 달려가고 있지만 추억은 꺼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꺼내보는 매력이 있다. 정신이 없어 돈을 못 찾아 어리둥절했던 기억과 멕시코에 도착하여 첫날 본 아름다운 해변을 생각하며 누구도 막지 못하는 나만의 추억의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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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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