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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시어머니 스무 번째 제삿날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어머니…
그곳에 가신지 20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서방님과
세 효자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지내시고 계시겠지요

새파랗게 젊은 나이 마흔 살에
남편을 먼저 보내시고
45년을 혼자 살아가시며
7남매 짝 맞추고
자손 번성하는 모습 보고
아쉽게 떠나신 우리 어머니
시집살이 한번 안 시키고
그저 사랑만 해주시고 떠나신
그리운 우리 어머니

어린 나이에 부모 형제 떠나
이민길에 오른 우리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해주시던 우리 어머니
이민 와서 8년 만에 찾아뵙던 날
내 손잡고 갈 데가 있다고 하시길래
따라 나섰더니
꼬깃꼬깃 고쟁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한복을 맞춰주신 우리 어머니

입은 모습 보시며
예쁘다 곱다 하시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민 와서 사는
아들 며느리 보고 싶은 마음에
영어 한마디 하지 못하시는데도
혼자 비행기를 타고 오신
용감하신 어머니


말로 할 수 없는 고생스러운 이민 생활
막상 와서 보시며
아들 며느리 힘들게 사는 모습에
집에 가자 아들아
집에 가서 살자 며느리야 하시며
슬퍼하시던 모습이 보입니다

어머니 생전에
걱정만 끼치고 살아온 불효자인 우리인데
우리만 잘 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으시다던
우리 어머니
가시기 전에 효도 한번 해보려고
없는 돈 있는 돈 다 긁어서 은행돈으로
집을 샀을 때 이리 둥실 저리 둥실 춤을 추며
좋아하시던 우리 어머니

이곳 노인들 초대해서 생신을 축하해드렸더니
좋아하시던 모습도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키산에 있는
제스퍼 밴프를 구경시켜 드렸더니
소래산이 더 좋다고 하시던 어머니

우리가 잘 사는지
한번 더 보고 싶어 오셔서는
옥상에 심어 놓은 고추 걱정만 하시던 어머니
그때는 그까짓 고추가 뭐 그리 중하다고
이해를 할 수 없던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야 어머니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아랫집 친구 할머니가 다녀오셨다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시켜 드렸더니
구경 다했으니 집에 가시겠다던 어머니
당신의 아들 며느리가 구경시켜준 것을
보는 사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랑하던 어머니

한 달 만에 가면서 잘 살라고
두 손 꼭 잡아주시던 우리 어머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행여나 아프기 라도 해서
자식들 걱정시킬까 봐
발길을 재촉하시던 어머니

집을 떠나면 집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 자식 걱정을 하고 계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너희들만 잘살면 나는 다 괜찮다고 하시던 말씀을
아이들에게 하는 나이가 되어 어머니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빨간 장미꽃 만발한 6월 3일
먼저 보낸 서방님 따라 가신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 재배하시고 옷 입고 머리 빗고
십자고상 앞에서 자손들 위해
기도하신 어머니 덕분에
그토록 걱정하던 우리 잘 살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부족한 것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로
어머니 만나는 날까지
잘 살겠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이
장미꽃으로 피어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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